by논설 위원
2025.04.24 05:00:00
미국발 관세 전쟁이 우리 경제에 안긴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질 조짐이다. 이달 1~20일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3%나 감소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2%에서 1%로 끌어내렸다. 불과 석 달 만의 반토막 조정이다. 올해 세계 성장률을 3.3%에서 2.8%로 0.5%포인트 낮춰 잡은 것에 비해 훨씬 큰 폭의 하향 조정이며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도 폭이 매우 크다. 관세 전쟁의 최대 타깃인 중국(-0.6%포인트)은 물론 일본(-0.5%포인트)도 조정 폭이 한국보다 작았다.
문제는 관세 전쟁의 후폭풍이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24일(현지시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를 상대로 관세 협의에 나서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스톱 쇼핑식의 타결을 강조한다고 해도 속도전을 경계하는 우리 정부는 의견 교환의 자리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맞불 관세와 희토류 수출 금지 등으로 대미 고강도 반격에 나선 중국이 우리 기업들에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한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하지 말라고 압박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한국 수출의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새우등 신세가 된 격이다.
관세 전쟁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미국 내에선 반트럼프 정서가 증폭되고 있다. 연준(Fed)과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정국 혼란과 경제 위기, 그리고 확실한 국정 컨트롤 타워 부재의 상황에서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 협상팀으로선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협상팀은 미국 요구에 끌려가지 않고 페이스를 지키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최근 끝난 미·일 협상에서 일본이 ‘아부의 기술’까지 동원하고도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한 채 ‘굴욕적 협상’이라는 비판을 뒤집어쓴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선 협력, 원전 동맹 등 우리가 가진 매력적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 업그레이드된 통상 외교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