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고 2.0이 음서제?…지방소멸 대응책일 뿐”[교육in]

by신하영 기자
2024.07.27 08:00:46

소은주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 인터뷰
지역 기업 등과 협약, 특화된 교육 운영
자공고 2.0發 교육 혁신, 지방소멸 대응
협약기업 선발 전형 운영해 거주율 제고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자율형공립고(자공고) 2.0은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했다.”

소은주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
소은주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교육부가 올해 도입한 ‘자공고 2.0’ 모델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비수도권 지역의 자공고를 혁신해 지방 거주율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말 전국의 40개 고등학교를 자공고 2.0 모델로 1차 선정한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45개교를 추가(2차) 선정했다. 선정된 학교에는 올해부터 5년간, 매년 2억 원을 지원한다. 학교에서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면 해당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외부 강사를 채용하거나 교육과정 개발에도 쓸 수 있으며 실험실 구축 등 시설 개선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선정 학교에선 교육과정의 자율성도 강화된다. 기존 자공고는 일반고와 같이 필수·자율이수학점 기준을 준수해야 했다. 새 자공고 모델은 총 9학점을 학교가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편성할 수 있다.

교육부는 최근 자공고 2.0 모델 2차 선정에 맞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학교와 협약을 맺은 지역 기관·기업의 임직원 자녀를 따로 뽑는 전형이 가능해지는 게 골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국가 교육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 일부를 자공고 2.0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특정 직업을 가진 부모의 자녀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서는 현대판 음서제가 부활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이를 비판했다.

소 정책관은 “202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228개 기초 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18개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며 자공고 2.0 모델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은 이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기업·공공기관을 이전토록 했지만 여전히 지역 거주 비율은 낮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한국농어촌공사 등 59개 공공기관이 이주했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임직원 가족 동반 이주율은 66%에 그친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혁신도시의 임직원 가족 동반 이주율은 67.7%다.

교육부는 이를 지방의 ‘교육 여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소 정책관은 “기업·공공기관 등이 입주하더라도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교육 여건으로 임직원 정주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는 이전하는 지역의 학교가 어떤 수준인지, 즉 교육 여건이 이주의 결정적 조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방에도 이른바 ‘좋은 학교’, ‘명문고’가 많이 생겨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도 제고될 것이란 얘기다. 자공고 2.0의 교육 혁신 모델이 여타 지방 학교로 확산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소 정책관은 “지역의 교육력을 높여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자공고 2.0의 취지 중 하나”라며 “(지방으로 가족과 동반 이주할 경우) 자녀가 집·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어 이사를 꺼리는 학부모들이 있다.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기관과 협약을 맺고 기관이 지원하는 학교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져 정주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취지로 올해 안에 자공고 2.0 모델을 3차까지 지정할 방침이다. 올해 1·2차에 걸쳐 총 85개교를 선정한 데 이어 추가로 지정할 경우 자공고 2.0 모델 학교 수는 100개를 넘길 전망이다. 지역 수요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내년부터는 매년 한 차례 정도만 지정하겠다는 게 교육부 구상이다.

교육부는 자공고 교육 혁신을 위해 해당 지역의 지자체·기업·대학 등과 협약을 맺고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경북 안동여고의 경우 안동시·안동대와 연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남의 순천고는 순천시·순천대와 함께 스마트팜·기후환경·우주항공 등 지역 특화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소 정책관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교육’이다. ‘맹모삼천지교’란 말도 있듯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교육과 학교는 매우 중요한 정주 조건이었다”며 “지역의 여러 기관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교육 여건을 혁신하고자 자공고 2.0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주 여건 개선의 일환으로 포함된 것이 협약기관 임직원 자녀에 대한 별도 전형의 신설”이라고 설명했다.

소 정책관은 다만 “해당 전형이 다른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를 도입할 수 있는 협약기관의 자격 등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며, 이를 모두 갖추더라도 교육부 동의와 교육감 승인을 모두 얻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이러한 세부 자격 조건·절차 등을 ‘자율형공립고등학교 지정·운영에 관한 훈령’에 담을 예정이며 하반기 정책연구를 통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