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도 130조 투자한다"…더 뜨거워진 AI반도체 경쟁
by박종화 기자
2024.02.18 10:30:53
블룸버그 "孫, AI반도체에 1000억달러 투자"
현실화시 AI 역사상 최대규모 투자 전망
"올트먼, 美상무장관과 AI반도체 네트워크 승인 논의"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노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강자 엔비디아에 대항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AI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130조원 넘는 돈을 AI 반도체에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이 AI 반도체 기업에 1000억달러(약 133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Arm을 보완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르네 하스 Arm CEO도 손 회장에게 AI 반도체와 관련한 조언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 전언이다.
이 같은 투자가 현실화한다면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픈AI 투자를 제치고 AI 역사상 최대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AI 반도체 바람 속에 Arm이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거듭하면서 투자를 위한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 재원도 넉넉해졌다. 한 소식통은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에서 300억달러, 중동 투자기관에서 700억달러를 조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손 회장은 AI, 특히 일반인공지능(AGI·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추고 모든 상황을 학습할 수 있는 AI)I)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그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AGI는 모든 AI 전문가가 원하는 것”이라며 “나는 AGI가 10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이자나기’(일본 신화의 창조신)란 코드명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자나기의 영어표기(Izan)에 AGI가 들어간 것도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블룸버그 보도에 관해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손 회장이 가세한다면 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AI를 고도화하기 위한 수요가 늘면서 AI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에만 20% 넘게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분석회사 가트너는 지난해 534억달러(약 71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이 성장을 지속, 2027년엔 1194억달러(약 159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손 회장 전망대로 AGI가 현실화하면 AI 반도체 시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7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 독주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각사가 칼을 가는 배경이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이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다. 블룸버그는 올트먼 CEO가 AI 반도체 네트워크 구축 허가를 얻기 위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 정부 관계자와 만났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AI 반도체 네트워크 설립을 위한 외국 회사·투자자와의 협력이 국가 안보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올트먼 CEO는 AI 반도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반도체 회사와 접촉하는 건 물론 소프트뱅크와 아랍에미리트(UAE) AI 회사 G42 등에 투자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이자나기 프로젝트는 올트먼의 제안과는 별개라고 전했다.
구글과 아마존, MS 등 다른 빅테크들도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20억~30억달러(약 2조 7000억~4조원)를 투자해 자체 AI 반도체 100만개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