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 예산 6년만에 삭감…전년比 24%↓
by함지현 기자
2024.02.15 06:00:00
올해 예산 56억원…약 52개소에 대한 개선 진행할 계획
지난해는 73억원 들여 44곳 개선…예산은 줄고 대상지는 늘어
"전체적인 시 예산 감소 여파…인명피해 방지는 지속"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서울시가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예산을 6년 만에 삭감했다. 전체적인 세수 부족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인데, 대신 한 곳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서라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지역의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대상 지점별 교통사고 유형에 따라 교차로 형태 개선, 신호기 위치·횡단보도 조정, 차선·기타 안전시설 개선 등을 실시한다. 만약 교차로 내 사고·신호위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지점은 차량이 잘 볼 수 있도록 신호기를 교차로 접근부로 옮기고, 노면 색깔 유도선을 설치하는 식이다. 무단횡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점은 무단횡단금지시설, 보행자 방호울타리 등을 설치할 수도 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올해 교통사고 잦은 곳 사업의 예산은 국비지원금 36억6000만원을 포함해 총 55억6928만원이다. 시설개선 집행예산이 51억2000만원, 내년에 공사를 진행할 설계용역 시행 2억7600만원, 신호기 설치 등 감리 시행 1억7328만원 등이다. 용역 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으로 올해 사업비는 52억9328만원인 셈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예산이 73억28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약 24% 감소했다. 2001년부터 시행해 온 이 사업의 예산은 지난 2018년 11억9900만원에서 2019년 68억2100만원으로 뛴 이후 지속 증가했다. 2020년 68억8200만원, 2021년 72억원, 2022년 73억2800만원 등이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약 6년만에 줄어들게 됐다.
시 측은 전반적인 예산 삭감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해 전체적인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서울시 예산은 45조7405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보다 1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시 측은 줄어든 예산에도 좀 더 많은 곳의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을지병원 교차로를 비롯해 50여 곳의 시설을 개선한다. 지난해 용역 결과 52곳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세부적인 검토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월된 4곳의 사업도 올해 마무리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19년 54곳을 개선한 이후 가장 많은 지점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총 44곳, 2022년은 45곳, 2021년은 38곳, 2020년은 46곳에 대한 사업을 완료했었다.
다만, 예산 축소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생명가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데 예산을 많이 쓸수록 안전도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예산이 감소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괄 배분보다 우선순위를 파악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 실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