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경제 질곡된 실물·금융 불균형
by논설위원 기자
2023.11.17 06:15:00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1%대로 추락하고 있는데, 그 원인의 하나는 자금중개비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실생활에 필요한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금융부문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실물부문이 원활하게 순환되도록 지원할 때 비로소 존재가치가 있다. 자금 잉여부문과 부족부문을 연결하여 자금을 순환시키는 금융중개기능이 실물경제와 균형 있게 발전해야 경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거나 뒤처지면 자금중개기능 왜곡으로 금융과 실물의 불균형이 심화돼 불확실성을 잉태한다.
예대금리 차이를 볼 때, “실물부문이 금융부문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황당무계한 가설이 성립할 지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말 현재 시중은행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2.68%, 총대출금리는 연 5.17%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이 연 2.68%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연 5.17% 대출금리를 받으니 대출마진이 2.49%포인트나 된다. 이처럼 (은행) 수신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턱없이 높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금자는 낮은 이자 수입으로 소비수요가 줄어들고 밖에 없고, 대출받는 기업은 높은 생산원가를 부담하므로 그만큼 산업경쟁력을 금융부문이 갉아먹는 셈이다.
실물부문보다 금융부문 특히 시중은행 수익성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니 은행이 돈 잔치 벌일 때 수많은 한계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신음해야 하는 지경이다.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1.4%, 물가상승률 3.7%임을 감안할 때 금리 5.1%(1.4%+3.7%) 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지불하면서 성장해 갈 계속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1% 초반임을 감안할 때 경제성장 과실보다 더 많은 몫을 은행이 받아 가니 어찌 빚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업이 허덕이고 한국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까닭을 금융중개기능 취약에서 헤아릴 수 있는 장면이다.
의문을 덧붙이면, 시중은행 가중평균 수신 금리와 시중은행 대출 원가로 알려진 코픽스 금리는 차이가 없이 엇비슷해야 마땅하다. 2023년 10월 현재 코픽스금리 잔액 기준 3.88%와 수신 금리 2.67% 차는 자그마치 1.21%p나 벌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코픽스 금리산정 기준이 엉터리라서 큰 폭의 예대금리 차이의 원인으로 시중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커다란 이윤을 올리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예대금리 차이, 또 수신금리와 코픽스금리 차이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중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저축, 연금, 펀드의 낮은 수익률을 볼 때, 저축의 으뜸 기능인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2021년 현재, 직전 5년간 “퇴직연금(DC)의 연평균수익률은 우리나라 2.4%로 영국(9.8%), 호주(8.0%) 미국(7.4%)보다 크게 뒤진다.” 거시경제여건에 비해 우리나라의 연금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 낮음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 제도가 근로자가 아니라 금융기관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개별 금융회사의 연금수익률 역시 경제성장률은 차치하고 물가상승률을 따라가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부문 경쟁력이 이렇듯 추락한 까닭은 땅 짚고 헤엄치면서 떼돈을 챙겼기 때문이 아닌가?
가계·기업·정부 구분할 것 없이 빚더미가 커가는 상황에서 실물과 금융의 양극화 현상은 저축과 투자를 연결하는 금융중개기능 독점이 커다란 원인이다. 우리나라 예대금리 차이를 보면 원가보다 이윤이 더 큰, 배보다 배꼽이 큰 비정상적 모양새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옳다고 판단한다. 한국경제의 복병인 기업부채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빈부격차도 금융부문 비효율적 팽창과 반작용에 따른 금융중개기능 왜곡으로 한층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대출금리를 내리라는 창구지도보다 코픽스 금리 산정기준 합리화 같은 금융중개기능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