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DSLR 시장 뒤흔들고 메타버스 구현까지…카메라모듈의 미래

by김상윤 기자
2022.09.30 07:30:00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충분…DSLR시대 몰락
펜타 카메라까지 보유..줌렌즈로 원거리 촬영
메타버스 구현하는 XR헤드셋 등 사업영역 확대

[편집자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은 우리 일상을 바꿨다.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소셜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사는 기준은 카메라 기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모듈은 이제 자율주행차의 ‘눈’을 넘어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김상윤 김응열 기자]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 시대의 종언.

얼마 전 글로벌 카메라 기업 니콘이 DSLR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DSLR은 고화질의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찍고, 광각, 망원 렌즈 등을 활용해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 60여년 전에는 필름을 이용한 SLR이었지만, 디지털시대에 필름을 대신하는 이미지센서가 달린 DSLR로 변화했습니다. 워낙 사진 화질이 좋고 움직이는 사람의 ‘찰나’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기자와 작가 등이 주로 이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중저가 모델이 나오고 고화질 카메라의 수요가 늘면서 최근 10여 년간 일반인에게도 DSLR 열풍이 불었습니다.

SLR방식 카메라는 60여년 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프로사진가 외에는 찾지 않은 유물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카메라 기업 모임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회원사들의 전 세계 DSLR 출하량은 2012년 1620만대에서 지난해 216만대로 감소했습니다.

배경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굳이 DSLR이 없어도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DSLR과 비슷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면 굳이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죠.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의 최대 장점은 작다는 겁니다. 카메라모듈은 렌즈를 통해 수집된 광(光)신호를 이미지 센서를 이용해 디지털 영상신호로 변환하는 기능을 합니다. 단추만 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기능은 최첨단입니다.

카메라모듈은 렌즈, 엑추에이터(Actuator), 이미지센서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중 엑추에이터는 카메라모듈 내 렌즈를 고속으로 상하좌우로 이동시켜 초점을 맞추거나 손 떨림 보정 기능을 구현합니다.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을 AF(Auto Focus), 손떨림을 잡아주는 기능을 OIS(Optical Image Stabilization), 빛의 양을 조절하는 IRIS 등이 핵심 부품입니다. 예전과 달리 대충 셔터만 눌러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정점을 찍고 내리막 길을 걷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2년만에 스마트폰을 바꿨다면 이젠 3~4년도 충분히 쓸 정도로 내구성이 늘고,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능 차별화는 이제는 카메라만 남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실제 상당수 소비자가 스마트폰 구매 기준으로 카메라 성능을 꼽고 있습니다. 미국 IT매체 안드로이트오소리티(Android Authority)의 2021년 구독자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스마트폰 구매 시 카메라를 중요하게 본다고 응답했고, 24%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구매시 열에 일곱은 카메라 성능에 따라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스마트폰 성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고성능 카메라모듈을 탑재하면서 둔화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카메라 시장은 전체적으로 2022년에서 219억달러 정도로 예측되고 있으며, 2027년까지는 233억달러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전히 연 평균 성장은 1.2% 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실제 스마트폰에 여러 개의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서로 다른 화각의 모듈을 응용해 줌 렌즈 효과를 내 먼 곳까지 선명하게 촬영을 할 수 있고, 두 카메라 간 시차를 이용하고 소프트웨어로 보정을 하면서 DSLR처럼 배경을 날리는 기능도 구현이 가능합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달도 찍고, 멋진 인물사진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디바이스 하나에 탑재하는 카메라 수는 이제 트리플(3개)을 넘어 쿼드러플(4개), 펜타(5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모듈 혁신은 이제 해상도 개선을 넘어 메타버스 기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합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동시에 활용해 실제 우리 삶과 똑같은 세상을 구현한다는 겁니다.

메타버스 화면을 구현하려면 3차원 인식이 가능한 카메라가 필수입니다. 3D센싱 기능이 장착된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으면 댄서의 동작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3차원의 정보값으로 상세하게 인식해 입체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물류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매송물품을 3D센싱 카메라로 찍어 물류회사에 전송하면, 물류회사는 물품의 크기, 모양 등을 인식해 가상으로 물류창고에 배치를 해볼 수 있습니다. 배송 및 출고 일정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사용자가 메타버스를 즐기기 위한 확장현실(XR) 헤드셋에도 카메라 모듈이 10~15개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 스크린에서 사람 시선이 끊이지 않고 좌우로 흔들림 없이 빠르게 움직여야 실제 삶과 비슷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해상도가 높아야 할 뿐 아니라 응답 속도가 빠르고 기기는 가벼워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세계 3D 센싱 시장 규모는 2020년 29억달러에서 2025년 100억달러로 연평균 27.9%의 성장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중 ToF(Time of Flight) 기술은 3D센싱 카메라의 핵심 부품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눈’으로 불립니다. 비행시간 측정의 줄임말인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서 돌아오는 시간을 거리로 측정하는 기술입니다. 사물의 입체감과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ToF를 활용한 3D센싱은 원이나 곡면 등 비정형에 대한 사이즈와 부피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3D측정이 가능합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카메라모듈은 고배율 줌 등으로 기술이 좀 더 발전할 것”이라면서 “자율주행차의 눈을 넘어 앞으로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기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