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누리는 조선·해운업계도 '혁신' 외치는 이유
by박민 기자
2022.01.05 06:45:00
국내 빅3 조선사 CEO, 신년사서 밝혀
탄소 중립·ESG 경영에 ‘혁신’은 생존 열쇠
해운업계, 물류 운송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
“물류·IT 역량 강화 등 공급망 관리 혁신해야”
| 유럽 노선에 임시 투입될 HMM 프레스티지호.(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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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조선·해운업계가 입 모아 ‘혁신’을 외치고 있다. 국제적인 시류인 ‘탄소 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발맞춰 조선업계는 저탄소 연료·친환경·스마트 선박 제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 기술’이 생존 열쇠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류대란을 겪은 해운업계는 최근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물류중개에서 항만 타미널까지 수직 통합하는 ‘공급망 통합자’ 기류가 강해지면서 국내 역시 기존 공급망 관리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해당 업종의 기업들도 전통적인 사업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와 신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국내 빅3 조선사(현대중공업(329180)·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042660))는 올해 경영 화두로 모두 ‘혁신’을 꼽았다. 지난해 수주 호황을 누렸지만, 업황에 기대 머무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탄소 중립이 전 세계적 산업의 흐름으로 떠오르고,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어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혁신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조선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 권오갑 회장은 신년사에서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사업구조의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해양 부문에서는 탈탄소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를 통한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에너지 부문에서는 수소와 화이트 바이오 등 친환경 분야로의 적극 진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제조업의 한계도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차별화된 혁신을 통해 고객의 필요를 앞서 해결해주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가 될 것을 강조했다. 예컨대 차세대 연료추진 기술, 액화수소운반선과 같은 친환경·신선종 개발에 기술 혁신을 일궈내 고객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부응하자는 것이다.
정 사장은 해외 조선사와의 협력 등 글로벌 오퍼레이션 기회 확대에도 힘쓸 것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흑자 전환의 기반을 구축하는 한해”라며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SHI를 현장 곳곳에서 적극 활용해 생산 체계 안정과 효율을 높임으로써 실질적인 원가절감을 이뤄내겠다”고 역설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창의적인 선도자(퍼스트 무버)’를 언급했다. 이 사장은 “시대를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창의적인 선도자(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친환경화·디지털화 전략에 따른 미래 기술과 제품의 선제적 개발과 더불어 스마트·그린 야드를 조기 구현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해운업계는 올해 역시 호황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물류대란을 겪은 글로벌 선사와 화주들이 물류와 운송 공급망 전 과정을 통합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해운업계가 과거 ‘속도와 규모의 경쟁’을 치렀다면 올해 들어서는 ‘공급망 확대’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은 “주요 글로벌 경쟁선사들과 화주들은 수직적 통합, 공급망 직접 관리, 연관 산업 진출을 통해 ‘공급망 통합자’로 거듭나며 물류·운송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기존의 공급망 관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류와 IT 역량 강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 개발에 기반한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선사, 화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익창출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운업계 패러다임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로서 공급망 혁신을 통해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올해를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수출입화물의 적기 수송에 역량을 집중하고, 정기선분야 선주와 화주, 대량화주간 상생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태순 협회 회장은 “우수 선화주 제도의 확대적용 및 대량화주와 선사간의 건전한 계약환경 조성을 통해 장기수송계약 비중이 크게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