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진지수 편입시 홍역 우려…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예방주사 필요"

by이정훈 기자
2022.01.04 07:15:00

한은 국제 부총재보 역임한 강태수 카이스트 초빙교수
"역외환시 개설 땐 원화 불안…한미 통화스와프 준비해야"
김효상 대외硏 국제금융팀장 "개방해도 버틸 여력 커져"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모든 나라들이 선진국지수로 넘어갈 땐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우리에게도 결국엔 가야 할 길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기적인 홍역에 시달릴 수 있으니 예방주사를 미리 맞아두는 조치가 필요할 겁니다.”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초빙교수


한국은행에서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했던 강태수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초빙교수는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할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 불안`이라는 홍역을 치를 수 있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같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갈 경우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더 많은 해외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고 우리 시장이 선진국이라는 공인을 받을 수 있는 듯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서도 “선진국지수로 가기 위해서는 역외 원화거래시장 개설이나 외국인 투자 신고제 완화 등 풀어야 할 규제도 많아 어느 정도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의 역내 외환시장은 우리 앞에 있으니 외환당국이 영향력 내에서 유사시 위기에 치닫지 않도록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반면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역외 원화거래시장을 개설하면 외환시장 주도권을 빼앗겨 중요한 타이밍에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했고 우리도 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담보나 자신감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외환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한국은행이 아무리 많은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어도 원화 환율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선진국지수 편입이라는 큰 강을 건너는 것은 불안할 수 있으니 미국과의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과 같은 안전판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반도체 투자 등에서 우리가 미국 측 요구를 수용했던 만큼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상설 통화스와프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강 교수는 “2020년 3월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 통화스와프 레이트는 300bp까지 떨어진 반면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5개국 중 하나인 일본은 일시적으로 100bp 정도를 찍고 곧바로 안정됐다”며 “이 때 원화를 안정시킨 건 미국과의 긴급 통화스와프 체결이었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이처럼 시장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한 편에선 우리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해도 원화가 크게 불안하진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트라우마가 우리에게 있는 만큼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에 따른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었고 순대외자산도 흑자로 돌아선 만큼 과거에 비해 금융시장을 좀더 개방해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은 커졌다고 본다”고 했다.

또 “최근 원화가 위안화와 높은 동조(커플링)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증시가 선진국지수로 간다면 중국과 같이 신흥국으로 묶여 비슷한 위험국가로 취급받는 일도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