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들이 본 새해 경제 화두 넷…공급난·인플레·저탄소·디지털화

by최정희 기자
2022.01.01 07:33: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경제에 있어 방역이 백신"
이주열 한은 총재,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사
문승욱 산업부 장관, 제2의 요소 대란 막는데 총력
안경덕 고용부 장관 "31.1조 일자리 예산 집행"

[이데일리 최정희 윤종성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난·높은 물가 상승세, 저(低)탄소 정책, 디지털화는 우리 경제정책을 짊어지고 있는 수장들이 꼽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들이다. 3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있고 5월 새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지만 경제수장들이 꼽은 주요 이슈들은 정권 변화와 관계 없이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에 있어 방역이 백신인 만큼 방역의 완벽 제어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밝혔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 대응과 미래 먹거리까지 섭렵해야 하는 만큼 “올해는 우리 경제의 진정한 역량을 가늠할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주요 경제부처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경제 수장들의 신년사를 모아봤다.

코로나가 바꿔버린 경제 환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과 이에 따른 고물가다. 주요국과 기업들은 부품, 소재가 부족해 생산이 멈추는 경험을 하면서 생산 비용 감축보다 ‘안정적인 부품’ 조달에 더 관심을 쏟게 됐다. ‘요소’ 대란, 차량용 반도체칩 부족이 대표 사례다. 이는 반도체, 2차 전지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부품 확보를 위한 자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경제 성장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일단 제2의 요소 대란을 막기 위한 방안이 강구된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해외 상무관·무역관, 핵심 품목별 수입 기업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공급난) 위기를 포착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 장기화와 공급망 대란은 곧 물가를 끌어올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재정으로 취약계층을 감싸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증가,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폴리시믹스(Policy mix)’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길어질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는 “소상공인들의 회복을 위해 손실보상, 방역지원 등을 강화하고 청년, 장애인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회복을 체감하게 하는 키워드는 ‘고용’인 만큼 고용 회복에도 정책 역량이 집중된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31조1000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며 “취업 애로 청년 14만명을 신규 고용하고 고령층 고용지원금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정부가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저탄소’ 정책도 핵심 과제다.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키로 한 만큼 ‘저탄소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공언한 목표이기 때문에 새 정권이 들어서도 ‘저탄소’ 정책은 유지될 개연성이 크다.

문승욱 장관은 “탄소중립 연구개발(R&D) 2배 확대, 특별융자사업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정부가 함께 짊어지겠다”고 밝혔다. 또 탄소중립 산업전환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농림부 장관은 “농업 분야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 2050년까지 30% 감축키로 했다”며 가축의 사육기간 단축, 메탄가스 저감 사료 사용, 화학비료 사용 감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민간선박의 친환경 전환, 해양 그린수소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은도 저탄소 정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주열 총재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은이 가진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사례를 고려하면 금융중개지원대출 대상에 탄소 저감 기업을 추가해 이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방안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가 디지털화를 앞당긴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 먹거리를 위해 정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 2.0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및 BIG3산업(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 본격 육성, 메타버스 등 5대 유망 신산업 분야 기반 구축을 전방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승욱 장관은 “전력 반도체, 화이트 바이오 등 차세대 분야를 선제 육성하고 레벨3 자율주행차의 하반기 중 국내 출시, 로봇의 전국 보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을 통한 ‘수출 7000억달러 시대’에 도전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작년엔 수출액이 6400억달러를 돌파,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주열 총재는 “혁신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속도감 있게 정비하고 기초 R&D투자 등 민간이 전적으로 담당하기 어려운 부문에 대해 과감한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관련한 연구를 강화하고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 등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