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코인]블랙록도, 빌게이츠도 돌아섰지만…너무 가파른 랠리
by이정훈 기자
2021.02.20 07:59:03
美기업 열곳 중 한 곳 "3년 내에 비트코인 투자한다"
`공룡` 블랙록 비트코인 투자…빌게이츠 비관론 접어
新채권왕 건들락 "금보다 비트코인 투자가 더 낫다"
비트코인이 불편한 연준 "결국 상승세 끝날 수밖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시장 랠리가 매섭다.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부양 기조에다 늘어나는 기관투자가와 대표 기업들의 비트코인시장 진입이 가격 상승랠리를 부추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요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는 비트코인이 가격이 드디어 5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이 무려 1조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는 신기원을 세웠다. 특히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에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자 `인플레 헤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수요가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 최근 1주일 간 비트코인 가격 및 시가총액 추이 (코인마켓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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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산운용시장을 호령하는 `자산운용 공룡`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도 비트코인에 대한 비관론을 접었다. 다만 가파른 상승랠리에 투기와 그에 따른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했고, 특히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에서는 지속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주요 기업들 가운데 5% 정도가 연내 회사 보유현금을 활용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또 기업 10곳 중 1곳 이상은 앞으로 3년 내에 비트코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글로벌 조사분석업체인 가트너그룹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내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중 5% 정도가 “올해 안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11%의 CFO들은 “2024년까지 비트코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히 IT기업들의 경우 비트코인 투자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IT업계 CFO들 가운데 50%는 “연내에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CFO 84%는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상당 수는 향후 금융규제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해 어떤 규제를 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 밖에 부족한 위험 회피(39%), 교환이나 지불 방식에서의 더딘 진전(38%), 이해 부족(30%), 해킹 및 보안상에서의 위험(25%), 번거로운 회계 절차(18%) 등을 리스크로 꼽았다.
알렉산더 밴트 가트너그룹 리서치책임자는 “재무적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CFO들의 입장에서 미지의 영역인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시장에 투기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아주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월가 큰 손’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나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부채가 증가하는 가정 하에 가치 저장소를 찾고 있다”며 “우리는 비트코인에 조금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블랙록은 올해 1월 운용하는 두 개의 펀드에 비트코인 선물을 추가했다. 라이더 CIO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너무 크지만 사람들은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곳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금 혹은 은과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라이더 CIO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정도로 기술과 규제가 진화했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그래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내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 5만2254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현재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갖고 있는 현금 중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보유하는 건 타당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부양 자산(Stimulus Asset)인 것 같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재정 부양이 급증하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보다 비트코인이 더 나은 투자처라는 뜻이다.
건들락 CEO는 “나는 장기적으로 볼 때 달러화 약세론자이고 금 강세론자”라면서도 “최근 6개월 이상 두 자산 모두 중립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깔때기에 물을 마구 부으면 넘치기 마련”이라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한 뒤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지목했다. 인플레이션 국면을 점치며 금보다 비트코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트코인이 금과 견줄 만한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건들락 CEO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웹캐스트에서 “인플레이션이 게임체인저로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해서 중립적인 관점(neutral view)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과거 비트코인을 비난하던 부정적인 입장을 접었다. 빌 게이츠는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과거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에 대해 맹비난하며 부정적 입장을 여과없이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18년 당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처럼 어떤 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자산의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완벽하게 바보이론에 부합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 그는 “화폐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은, 특히 게이츠재단이 활동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더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가상자산이 가지는) 익명성을 보호하기보다는 투명성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매니아 층이 주도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말에 “2020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이 상승랠리가 시작되며 2021년 12월에 가격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가상자산 전문가가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안에 지금보다 4~5배 더 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중국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인 BTCC를 설립했던 바비 리 밸렛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이 전망했다. 2018년 12월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윗을 통해 “다음 번 비트코인 상승랠리는 2020년 후반에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21년 초에도 상승세가 이어진 뒤 그 해 12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점친 바 있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비트코인 랠리를 정확히 예견한 셈.
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적어도 지금보다 4~5배는 더 오를 것”이라며 연내 비트코인 가격이 20만~25만달러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5만20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이는 2018년 말에 내놓은 전망치인 33만3000달러보다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리 CEO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주로 테슬라와 같은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를 보면서 모든 상장기업이나 비상장기업 이사회 멤버들은 테슬라와 같은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점쳤다.
특히 그는 테슬라 외에도 일런 머스크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인 스페이스X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에 보유 현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웹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5만5000달러까지 넘어서며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관료들은 비트코인 상승랠리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라며 “이런 계속된 상승랠리는 결국 끝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그럼에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비트코인이 장기간 사용될 수 있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중앙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내놓을 것”이라며 “이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하경제 외에는 비트코인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많지 않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아울러 그는 “보스턴 연은은 미국에서의 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스웨덴 중앙은행도 디지털화폐에 대해 충분한 연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