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이 능력 우선...씨티銀에 '금녀의 벽'은 없다

by김유성 기자
2020.12.07 05:04:00

[금융권 유리천장]④
첫 여성 시중은행장 배출 비결
외국계 특유 업무 우선주의·유연 근무제
중도 이탈자 적어 여성 인력풀 풍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여성인 유명순 은행장을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제도적인 뒷받침이 배경이 됐다. 유 행장은 1987년 씨티은행에 신입 행원으로 입사해 은행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유 행장의 뛰어난 능력 이외에도 외국계 기업 특유의 업무우선주의와 유연근무제가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후보자.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업무우선주의는 말 그대로 직원을 판단하는 데 있어 그 사람이 맡고 있는 업무와 수행 능력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아이를 키워야 하는 워킹맘이기 때문에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승진의 기회를 잃는 경우가 훨씬 적다는 뜻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모그룹인 씨티그룹이 전 세계 100여개국의 지점망을 가진 글로벌 회사이다 보니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이 모이기 마련”이라면서 “피부색, 국적, 나이, 성별 등에 따라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경영진이 이미 오래전부터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피부색이나 인종보다는 성에 따른 차이가 이슈가 중심이었을 것”이라며 “한국씨티은행은 여성위원회 등을 두고 성차별적 요소를 줄이는 데 신경 쓰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의 여성위원회는 승진 등에 있어서 여성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도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유연근무제 역시 우수한 여성인력들의 중도 이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씨티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제 막 유연근무제 도입 단계인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일찌감치 도입했다.

부서장의 승인만 있으면 출근 시간을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워킹맘들에 큰 도움이 되는 제도다.

업무 우선주의와 유연근무제 덕분에 씨티은행 내 여성들의 중간 이탈이 적고, 이에 따라 여성 관리자와 여성 임원 비율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 됐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이는 제2, 제3의 유명순을 배출할 수 있는 인재 풀(pool)로 연결된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에서 근무 중인 정직원 3301명 중에서 거의 절반인 1645명이 여성(평균 근속 연수 14.5년)이다. 전체 임원 13명 중 여성 임원은 5명(약 40%)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의 여성 직원들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의 싸우고 있다”면서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오래 전에 여성 선배들이 이를 상당 부분 깨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