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SRE][Cover]④남은 과제는…구조조정·M&A
by김재은 기자
2020.11.18 00:13:00
정부 지원 정책으로 연명…구조조정 불가피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가속화…M&A로 활로 찾을 것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정부가 앞장서서 죽지 못하도록 막고 있죠. 돈을 쓰고 재정을 풀고, 보증을 서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진행형이지만, 누가 살아남을지는 아직 안갯속이죠.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끊기는 시점에야 비로소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시작될 겁니다. 그 시작은 항공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각 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풀며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기업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영속적일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정부 재정의 여력이 다하는 등 일정 시기가 다가오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훨씬 크지만, 크레딧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 호텔, 유통 등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큰 기업들이 여기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SRE 자문위원은 “통상 위기나 쇼크가 발생하고 1~2년 뒤부터 부도율이 오르며 구조조정 이슈가 등장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받은 기업이 항공, 건설, 정유 등 대부분 기간산업이다 보니 시장 논리로만 단순히 접근하기 어렵고, 정부의 어프로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어떤 방식이 됐든 시장과 정부가 함께 하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비용이 덜 드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추진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상당 부분 삶의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NAND)사업부 인수나 두산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나온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역시 현대중공업그룹, GS건설(006360) 등이 눈독을 들이는 게 대표적인 예다.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는 산업구조 변화를 자극시키며 고용, 거시쪽에서의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이 됐다”며 “앞으로 경제충격을 얼마나 완화하면서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M&A 흐름이 이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크레딧 시장도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4년말~2015년에 진행된 삼성과 한화 빅딜처럼 대형 M&A는 해당 기업의 크레딧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이 한화그룹에 매각되면서 M&A에 따른 채권자 기한이익 상실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삼성테크윈은 2015년 4월 진행된 21회 SRE에서 기업등급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44표(25.4%)로 최다 득표를 받으며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한화 빅딜이 마무리된 2014년 6월말 신용등급은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됐다. 한화테크윈은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로 사명을 변경, 현재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모회사인 한화(000880)는 한 단계 낮은 ‘A+’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5일 10조3000억원(90억달러) 규모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000660)의 신용등급(AA)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의 키는 M&A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이후 지금껏 우리나라가 승자에 속하긴 하지만, 산업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꼭 필요하다”며 “개별기업들은 M&A를 잘 활용해 포트폴리오 재편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산업들은 양호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산업들”이라며 “우리 산업이 고도화되는 시발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결국 자본시장과 정부 정책이 얼마나 발 빨리 맞춰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만큼 빅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 증세 등의 이슈는 기업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만큼 주식시장을 비롯한 변동성 확대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평가다.
이밖에 단순히 고용을 몇 명 늘리는 지에 관심을 둘 게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구조 변화 등 큰 흐름에서의 진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