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져도, 기업은 뜬다…탱고추는 아르헨 펀드
by전재욱 기자
2020.05.29 01:30:00
`디폴트 선언` 아르헨 주가지수 코로나19 전으로 회복
농축산물 수출 강국으로 미중 갈등 간접수혜까지 기대
`남미 아마존` 메르카도 리브레 주가 한달새 4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남미(南美)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무상황 악화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지만, 아르헨티나 기업의 주가는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기업 상장지수펀드(ETF)도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은 정부 신용 위기를 우려하지만, 기업 미래를 낙관하는 것이라서 비교된다.
28일 인베스팅닷컴을 보면 아르헨티나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S&P Merval 지수는 전날(현지시각) 4만431.57포인트로 마감해 올해 저점(3월18일 2만2087.13포인트)과 비교해 83% 올랐다. 지수는 지난 21일 4만1388.50포인트를 기록해 연초(4만1106.97포인트)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지수 선방은 코로나 19 이후 점차 세계 무역이 회복하리라는 기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코트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아르헨티나는 수출액 기준 세계 11위의 농축산물 수출국이다. 나라 전체 수출의 60%가 여기서 발생한다. 대두 및 대두유 1위, 옥수수 2위, 밀 4위의 수출국이다.
코로나 19 발발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부상한 것도 아르헨티나 기업의 수혜 기대를 불렀다. 양국이 갈등을 빚을수록 수입 선을 다변화하고, 이로써 아르헨티나의 대(對) 미·중 수출량이 늘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고기 수출물량 56%가 중국으로 건너갔고, 미국도 아르헨티나 소고기 수입량을 전보다 20만달러어치 늘렸다.
국내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아르헨티나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은 마땅히 없다. 해외 증시에 상장돼 국내 투자자들도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아르헨티나 기업 상장지수펀드(ETF)가 돋보인다. AGT(iShares MSCI Argentina and Global Exposure)와 ARGT(Global X MSCI Argentina ETF)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32.2%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1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기업 가운데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bre)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7일 820.83달러로 거래를 마쳐 최근 한 달 사이 39.2% 뛰었다. 미국에 설립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아르헨티나의 전자 상거래업체다. ‘남미 아마존’으로 불리며 남미 전역을 사업 영역으로 둔 것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19 이후로 전자 상거래 의존이 커진 데 비해 회사 이용자 확장성이 넓게 평가받아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나라 곳간은 궁색한 처지다. 이 나라는 지난 22일 국채 3종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19세기에 독립한 이래 이번이 9번째 디폴트 선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6일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C’에서 한 단계 내려 ‘제한적 디폴트’(Restricted Default·RD)로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