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거복지 실태]④고시원·월셋집으로 몰린 노인들

by이종일 기자
2020.04.25 07:51:00

동인천동 70대 노인 월셋집 ''불편''
"보증금 없어 공공임대주택 입주 못해"
인천시, 주거빈곤 노인 1만5천가구 방치
복지관 "빈곤노인 파악하고 지원 늘려야"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보증금이 없어 공공임대주택에도 못 들어가요.”

지난 2일 인천 중구 동인천동 한 골목에 들어서자 1층짜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이 나왔다. 대문으로 들어가 안쪽 통로를 10여m 걸어가니 A씨(71)의 집이 보였다. 무보증에 매달 25만을 내고 사는 월셋집이었다.

철재 현관문을 열고 보니 신발 벗는 곳 왼쪽에 양변기가 설치돼 있었다. 현관을 화장실 겸용으로 사용하는 집이었다.

부엌을 지나 방문을 여니 6.6㎡(2평) 정도의 작은 방에는 A씨와 조카가 침대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TV 옆에는 냉장고가 있고 식기류, 서랍장 등의 살림이 쌓여 있었다.

다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한 A씨는 2018년 6월부터 이 집에 살았다. 제대로 걷지 못해 경제활동은 할 수 없고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비로 생활한다. 이중 25만원을 매달 월세로 낸다.

인천 중구 동인천동 A씨의 집 안방에 냉장고와 각종 생활용품이 놓여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A씨는 “수년 전 공공임대주택에 신청해서 2차례 선정됐는데 보증금이 비싸 들어가지 못했다”며 “최근 요양보호사 한 분이 보증금 200만원을 빌려주기로 해 민간주택(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바닥에 턱이 있고 좁아서 불편하다. 턱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 참고 지냈다”며 “다리가 아파 2층 집에는 살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녀들과의 연락이 끊겨 이 집에서 홀로 지내왔다.

인천 중구 율목동의 건물 2층 고시원에서는 창문 없는 방에서 지내는 B씨(85)를 만났다. 그는 병환 때문에 1년5개월 동안 병원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2일 퇴원해 이 고시원에 들어왔다. 직업은 없고 정부로부터 생계비 지원을 받으며 매달 23만원을 방값으로 낸다. B씨에게는 가족이 없다.

B씨는 몸이 괜찮을 때는 하루 1차례 건물 밖으로 나간다. 2층 고시원에서 1층 현관으로 나가려면 20분이 걸린다. 다리가 아파 1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정상적으로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고시원의 1층, 2층 사이의 계단은 25개가 있다. B씨는 “계단을 내려가려면 앉아서 한 발 한발 움직여야 한다”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고 밝혔다.

인천 중구 율목동 건물 2층 고시원에 사는 B씨가 방을 보여주고 있다. 방에는 창문이 없다. (사진 = 이종일 기자)


B씨의 방은 3.3㎡(1평) 정도로 작아 보였다. 1인용 침대가 놓여 있고 작은 선반 위에 TV와 서랍장이 올려져 있었다. 평일 식사는 복지관 직원들이 배달해주는 도시락 1개를 점심·저녁으로 나눠 먹으며 해결하고 도시락 배달이 없는 주말에는 고시원 공동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해결한다.



B씨는 “오랜 병환 때문에 재산을 모두 소진했다”며 “지금은 돈도 없고 밥을 사먹기도 어렵다. 라면 2~3개면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을 배우지 못해 각종 지원 신청서류를 읽지 못하고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주거빈곤 노인들이 방치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이 가구주로 있는 18만1100가구 가운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비주택 등 주거빈곤 가구는 1만5900곳(8.7%)이다.

주거빈곤 가구는 A·B씨의 거주지와 같이 노인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인천 중구, 동구 등에서는 고령의 노인들이 쪽방, 고시원, 여관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인천에서 다수의 노인들이 이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시가 올해 쪽방,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고시원 등 200~400곳의 거주자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주거빈곤 노인 지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중 공공매입임대주택 공급은 50호 수준으로 미미하다. 저소득층 노인 등에게 매달 평균 14만원을 지급하는 주거급여도 미약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부와 인천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매년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 등) 공급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있지만 보증금 마련조차 어려운 노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노인의 주거편의를 위한 집수리 사업도 인천시는 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저소득층 노인 가구 대상의 집수리 사업은 없다”며 “올해는 쪽방이나 노후 고시원(200~400곳) 거주자 지원 사업을 처음 실시한다. 이중에는 노인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은 인천 중구 내동에서 저소득층,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시설이 제공하는 무료급식, 식사배달 서비스의 수혜자는 만 60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 120여명이다. 이중 일부 노인은 1인가구 형태로 지내고 일부는 고시원, 쪽방 등에서 생활한다.

김만(44)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중구의 저소득층 노인 대부분은 열악한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노인의 생활편의를 위해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지만 구청, 동주민센터가 해주는 것은 미약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복지관에서 노인에게 주거지원을 해주고 싶지만 사업비가 부족해 어렵다”며 “지난해 복지관으로 10여건의 지원 요청이 있었고 사업비 부족으로 3가구만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3가구의 수리비로는 전체 150여만원이 투입됐다.
인천 중구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전경.
그는 “저소득 노인들의 주거환경은 직접 보면 정말 열악하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노인들이 집 안에서 움직이려면 아주 힘들다”며 “비가 세는 집도 있고 창문이 없는 집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천지역에서 노인 주거복지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인천시와 기초자치단체가 노인의 주거실태를 제대로 파악해 어려운 집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증금이 없는 노인을 어떻게 도울지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저소득 노인의 이사비용도 100만원 미만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생계비, 주거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별도로 집수리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인천시 재원이 한정된 여건에서 특정 가구에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집수리를 중복 지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는 저소득 장애인 가구(장애 노인 포함)에 대해서는 지난해 166가구에 각 380만원 상당의 집수리 사업을 진행했다”며 “올해는 150가구로 줄이는 대신 지원 규모를 각 500만원 상당으로 늘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