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수사 폐지 이뤄질까…"檢 전문성? 기득권 유지하겠다는 것"
by장영락 기자
2019.10.09 06:15: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현재 검찰 제도는 일제 잔재”라고 말했다.
황 청장은 8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했다. 지난주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 소신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던 황 청장은 이날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중심으로 검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청장은 먼저 “검찰제도는 일제 잔재로 형성시기부터 잘못 형성이 됐는데 검찰이 가져서는 안 되는 권한을 기득권으로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해오면서 70년 동안 넘게 개혁이 번번이 실패해왔다”고 평가했다.
황 청장 지적대로 한국 검찰은 기소관(prosecutor)의 역할을 넘어 수사관(investigator)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수사 권한 역시 독점해 수사관인 경찰에 대한 지위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같은 과잉권한은 현대 국가 형법 체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1912년 일제강점기 제정된 ‘조선형사령’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일제는 식민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권 독점, 경찰에 대한 지휘권한을 강화하는 제도를 운영했다.
황 청장은 “검찰은 프랑스의 혁명 당시에 태어난 제도고 그때 태어날 때 소추권자로서 태어난 것”이라며, “나폴레옹 황제 시절 당시 검사들에게 수사의 권한도 줄 것인지 말 것인지 논란이 됐는데 소추권자인 검사에게 수사의 권한마저 주면 온 도시가 떨게 될 것이다, 작은 독재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법률가들 학자들 주장에 따라서 수사와 소추가 분리됐다”고 설명했다. 검사제도 초창기부터 기소-수사 분리의 원칙이 확립됐다는 것이다.
황 청장은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이 개혁 차원에서 검찰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수사권을 바로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있을 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찰 수사권한의 즉각 폐지를 요구했다.
황 청장은 “대부분 폐지하되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한 파트 정도만 남기면 된다’고 정리하면 되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정확하게 이해하신 것 같다”고 답했다. 황 청장은 구체적으로 “4, 5명 수준으로 남기고 그 외에 중앙지검 강력부, 공안부, 남부지검 금융조사부 이러한 여러 인지수사부서들을 다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특수부가 담당하는 부패, 경제 범죄 등의 경우 검찰 수사권 폐지 후 경찰이 모두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수사기구를 설립해 맡기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청장은 검찰개혁 법안에 포함된 공직자비리수사처와 현재도 조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의 담당 기구를 거론했다. 황 청장은 이를 “수사기관의 다원화”로 표현했다.
황 청장은 수사권 폐지 후 경찰의 전횡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법안에 매우 다양한 통제권한이 들어가 있다. 경찰이 사건을 일방적으로 종결하고 지금 검찰이 하듯이 나눠먹는 그런 것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를 하시는데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한 과잉에 대한 우려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황 청장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배성범 지검장이 특수수사 폐지에 대해 “(특수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한 순간에 길러지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전한 데 대해서는 “아직도 검찰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지적했다.
황 청장은 검찰이 1년 내내 부패 수사를 하는데 OECD 국가 가운데 형사사법제도 신뢰도가 바닥인 점을 지적하며, “검찰이 그렇게 정의롭게 부패수사를 했으면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또 우리나라 청렴지수는 높아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청장은 “권력집중이 안 돼서 권한 남용이 불가능해질 때 나라가 더 정의로워지고 더 청렴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권한 남용의 중지야말로 형사사법제도 혁신의 1차적인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