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넘버원' 바이든, 25일 트럼프에 도전장…걸림돌은

by이준기 기자
2019.04.24 06:43:17

명실상부한 당내 지지율 1위…2위 샌더스 압도
오바마 정권 부통령 거친 거물 정치인 '강점'
미투 등 논란…세대교체 등의 희생양 될 수도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야당인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랜 장고 끝에 오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1998년, 2008년 이후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것이다. 바이든의 첫 메시지는 ‘경제’와 ‘노동’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경제 호황’ ‘친(親) 기업’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의 등장으로 이미 18명에 달하는 ‘후보 난립’ 현상을 보여온 민주당 내 경선구도는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다만,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따른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논란과 왼쪽으로 기울여진 민주당과 맞지 않는 ‘중도보수 성향’, 주류의 상징인 백인 남성 및 고령 이미지 등은 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25일 출마선언 뒤 29일 자신의 출신지역인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를 찾아 노조 관계자들과 만남을 시작으로 공식 유세에 돌입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은 출마선언에서 경제 관련 메시지와 노조와의 강한 연대감을 강조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작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악시오스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언급,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빼앗긴 사실상의 ‘적진’인 점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그가 곧바로 ‘트럼프 정조준’ 행보에 나선 건 명실상부한 민주당 내 ‘지지도 선두주자’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미국 몬머스대가 이날 공개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은 27%의 지지율로, 당내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20%)을 압도했다. 패트릭 머레이 몬머스대 여론조사 책임자는 “바이든의 출마 선언이 꽤 안정적인 지지율로 시작하는 셈”이라고 했다. AP통신은 “화려한 정치 이력 등을 고려할 때 바이든은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델라웨어주에서만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통한다. 이미 2차례에 걸친 대권 도전과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 8년간의 부통령 역임으로 대외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노동계 출신인 만큼, 트럼프의 강세지역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서도 ‘바람’을 몰 적임자라는 점도 강점 중 하나다.



그러나 바이든이 넘어야 할 벽은 많다. 먼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여성 7명의 폭로에 따른 이른바 ‘미투’ 논란이다. 바이든은 역풍이 만만찮자, 해명에 나섰지만, 끝내 사과를 거부해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에 무너진 ‘제2의 젭 부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지난 2015년 초 공화당 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젭 부시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조롱에 농락당하다, 세 번째 경선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 4위로 마감한 후 사퇴한 인물이다. 실제 바이든은 트럼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상태다. 잠재적 라이벌을 깔아뭉개길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15초짜리 패러디 동영상을 올리고 “잘 돌아왔다 조(WELCOME BACK JOE!)”라는 글을 올렸다. 이 영상은 사회관계망(SNS) 상에서 곧바로 확산하며 일파만파의 파장은 일으켰다.

‘주류의 상징’인 백인 남성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연구소 내 정치분석매체 사보토스 크리스털 볼의 편집장 카일 콘딕은 “작년 11.6 중간선거를 분석해 보면, 민주당원은 여성과 유색인종 후보에게 표를 던지길 원한다는 게 증명됐다”며 “민주당이 (2020년 대선에서) 백인 남성 후보를 낼 것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들은 공화당과의 대조를 원할 것”이라고 했었다.

일각에선 예측하기 어려운 경선과정에서 ‘세대교체 바람’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양대 주자인 바이든과 샌더스(77)는 모두 70대 고령이다. 8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최연소 주자 피트 부테제즈(37)는 돌풍의 핵이다. 소위 ‘하얀 오바마’ ‘제2의 케네디’로 불리는 로버트 프랜시스 베토 오루크(47)의 선전도 만만찮다.

‘중도우파’ 성향 이미지도 걸림돌이다. 한때 ‘외연확장’에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좌클릭’했다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더 커진 배경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괜찮은 사람’(decent guy)이라고 말했다가 당내에서 “미국의 가장 반(反)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레스젠더·퀴어의 앞 철자를 딴 단어로, 성적소수자를 의미) 인사를 정당화한 발언”이라는 비판에 부딪힌 게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