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우리집 앞 주차장 쓰세요"…함께 쓰고 세금도 아낀다

by김보경 기자
2019.04.12 06:09:00

앱으로 검색·결제, 주차비 시간당 600~1800원 저렴
제공자 요금 50% 돌려받고 거주자우선주차 가점
주차면 신설비용 줄이고 불법주차 감소까지

공유주차 이용자가 모두의 주차장 앱을 통해 주차가 가능한 거주자우선주차장을 검색하는 모습.(사진=구로구)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 연희동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기로 한 김씨. 차를 가져가야할 상황인데 맛집 골목에 있는 이 음식점엔 따로 주차장이 없다. 지난번 찾았을 때에도 주차할 곳을 찾아 동네를 몇바퀴나 돌다 결국 시간당 6000원씩이나 물고 민영주차장에 차를 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출발 전 공유주차 어플리케이션(앱)인 `모두의 주차장`을 켜고 근처 비어있는 공유주차장을 검색해 주차를 신청한 뒤 출발했다. 주차비는 1시간에 600원이었다.

주차난은 서울의 고질적 문제다.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311만여대. 주차면수는 이보다 많은 405만여면으로 주차장 확보율이 130%이지만 주차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비어있지만 주차할 수 없는 주차장이 그만큼 많다는 뜻. 이미 서초구(47㎢)만큼의 면적을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서울에서 무작정 주차장을 넓힐 수도 없다보니 비어있는 주차장을 잘 나눠쓰는 공유주차가 해법으로 등장했다.

11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올해부터 공유주차가 서울시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공유주차는 거주자 우선주차를 배정받는 사람이 자신이 주차하지 않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과 주차면을 나눠 쓰는 것.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곳에서 `모두의 주차장` 앱을 통해 거주자 우선주차장 공유주차서비스를 시행한다. 은평구는 ARS방식으로 공유주차시스템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의 거주자우선 주차장 공유건수는 6897건이다. 모두의 주차장 앱이 활용되면서 2017년 6월 1936건보다는 크게 늘었다.

대부분 자치구에서 사용하는 이 앱은 주차공간 제공자가 앱에 공간 정보, 공유시간을 등록하면 이용자가 시간대별 빈 주차공간을 확인 후 요금을 결제하고 이용하면 된다. 시간당 주차비는 600~1800원으로 싸다. 공유자는 사용자가 납부한 요금의 최대 50%를 포인트로 돌려받는다. 이 포인트는 다른 공유주차장을 이용할 때 때 쓸 수 있고 문화상품권으로도 바꿀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턴 공유주차 활성화를 위해 공유실적에 따라 거주자우선주차 지정 신청시 가산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거주자우선주차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공유주차가 큰 인센티브가 되는 셈.

비어있는 거주자우선주차 공간(사진=구로구)
주차공간 1면을 만드는데 최소 5000만원 이상이 든다. 하지만 거주자우선주차장을 공유하면 주차장 조성비용 없이도 주차공간을 넓힐 수 있다. 시는 12여만면의 거주자우선주차장 중 20%인 약 2만4000면만 주차가능 공간으로 변신해도 주차장 신설비용 1조200억원을 대체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주자우선주차장 공유는 불법 주정차도 줄일 수 있다. 서울에서 매년 약 300만건의 불법 주정차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불법 주정차 발생원인의 25%는 거주지 방문이고 주로 4차로 미만 이면도로 등에서 80%가 발생하고 있다. 주차 가능한 유료 주차장이 대부분 대로변에 있기 때문.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밀집지역에 있는 거주자우선주차장 공유가 활발해지면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 체증, 단속에 따른 행정비용 같은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공유주차의 모범사례는 서초구다. 서초구는 2016년부터 공유주차를 시작했는데 당시 하루 평균 이용건수가 1건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는 100여건에 달했다. 거주차우선주차 배정시 가점을 주는 제도를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서초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주차를 하도록 하기 위해 가점제도를 도입했다”며 “공유주차 이용이 늘어나자 지난해 부정주차 단속건수는 778건으로 전년도 1921건에 비해 60%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거주자우선주차장 외에도 기존 주차공간을 활용한 공유주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주택 담장을 허물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그린파킹사업`에 올해부터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실시간 공유주차시스템을 도입한다. 서울시가 그린파킹사업을 통해 조성한 5만여면의 주차면 중 신청하면 공유주차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파트나 학교, 기업체 여유 주차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나눔주차장은 작년말 현재 1만9091면이 개방돼 운영 중인데 올해 1200면 이상 신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주차공유는 서울시민들이 공유정책 중 가장 활성화했으면 하는 사업으로 꼽힐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라며 “보다 많은 시설이 부설주차장 공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홍보하고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