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올인' 롯데케미칼 미끌…'사업 다각화' LG화학 1위 탈환

by남궁민관 기자
2017.08.01 06:00:00

석유화학 ''빅2'' 2분기 희비
롯데케미칼 2분기 영업익 9%↓
기름값 하락세 지속에 시황 악화
LG화학, 6분기 만에 1위로
배터리 등 영역확대로 실적 안정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롯데케미칼이 6분기 만에 LG화학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의 자리를 빼앗겼다. 전통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롯데케미칼이 상대적으로 사업다각화가 갖춰진 LG화학에 비해 국제유가 변동 등 시장환경의 부정적 영향에 좀 더 쉽게 노출되는 한계를 보인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322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148억원과 합치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1조4471억원을 기록한 견조한 성적이다.

다만 2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범용 제품군의 가격 하락 등 시장환경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9%, 전분기 대비해서는 22.4% 감소한 부진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계 양대 축인 LG화학과 비교했을 때 롯데케미칼의 이번 실적은 사업구조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 영업이익 기준 롯데케미칼은 LG화학 대비 2분기 947억원, 상반기 767억원 모자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롯데케미칼이 LG화학 대비 2718억원을 더 벌어들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19일 올해 2분기 영업이익 72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역개 세 번째로 높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3% 증가한 6조3821억원, 당기순이익은 57.2% 증가한 590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의 경우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다. 상반기 영업이익으로는 1조5238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롯데케미칼이 차지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 영업이익 1위의 자리 역시 6분기만에 LG화학에 내주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4726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분기 영업이익 4577억원을 기록한 LG화학을 처음으로 제쳤고, 이어진 분기에서도 석유화학 업계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지속 선두자리를 차지해왔다.

같은 석유화학 기업임에도 양사간 실적 흐름이 이같이 엇갈리는 것은 사업구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2015년 삼성으로부터 삼성SDI케미칼 사업부문(현 롯데첨단소재)과 삼성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롯데BP화학) 등을 인수하며 전통 석유화학 사업 수직계열화에 박차를 가했다. 주요 제품군으로는 에틸렌 계열인 에틸렌글리콜(EG)과 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D) 등 범용 제품 비중이 높다.



이같은 롯데케미칼의 사업구조는 업황이 지난해와 같이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경우 범용제품의 수요 극대화를 통해 수익 역시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대신 업황이 가라앉을 경우 수익악화 역시 피할 수 없다.

반면 LG화학의 경우 전통 석유화학 업체로 보기 어려울만큼 사업이 다각화돼 있다. LG화학은 전통 석유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기초소재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를 담당하는 전지부문, TV소재 등을 개발하는 정보전자소재 부문, 신약 및 비료 등을 개발하는 생명과학부문 등 소위 신성장동력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소재부문 역시 LG화학은 범용제품보다는 고부가 제품의 스페셜티 비중 확대에 좀 더 집중한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수직계열화와 범용 석유화학제품에 강점을 가진만큼 업황이 좋을때 최대 수익을 끌어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업황이 좋지않을 때 수익성이 하락하는 단점도 함께 갖고 있다”며 “반대로 LG화학의 경우 사업이 워낙 다각화돼 있고 그나마 기초소재 부문 역시 범용보다는 고부가 제품에 집중돼 있어 대박도, 쪽박도 없는 완만한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석유화학 시장은 호황과 불황이 늘 교차하는 뚜렷한 사이클 산업인만큼 양사 중 누가 좋은 사업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불확실성은 언제나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한 사업분야에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및 사업다각화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지속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의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특수고무, 말레이시아 LC타이탄, 여수공장 NC, 울산 MeX, 여수 PC 등 증설에 총 1조521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 중이며 미국 ECC 및 MEG 프로젝트에도 12억7700만달러(1조45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에도 원료가격 안정화 및 우호적 수급상황이 지속돼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당사가 추진 중인 국내외 신규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