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17.06.20 05:30:00
[이데일리 김상윤, 윤종성 기자]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몰아치듯 개혁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이고, 신중하고, 예측가능하게, 절대 후퇴하지 않는 방안을 만들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설파하고 있는 ‘현실적 재벌개혁론’이다.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상황에서 재벌 개혁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필요한 과제이긴하지만, 과거처럼 ‘기업 때려잡듯이’ 거친 ‘칼날’은 휘두르지 않겠다는 게 ‘시장 파수꾼’ 수장의 핵심 메시지다. ‘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공정위 본연의 임무를 명확히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정위의 향후 재벌 감시 방향에 대한 단기적 청사진을 내놨다.
출발점은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자발적 개혁을 유도하고, 모범 사례를 전 재계에 확산시키는 프로세스다. 물론 개혁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으면 ‘칼을 댈수도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우선적으로 그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과 첫 만남을 시작하면서 소통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기업 최고경영진과 만나는 것이다. 이르면 22일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총수 또는 그룹계열사 전문경영인(CEO)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정경유착’이라는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지며 대통령이 탄핵까지 맞은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인과의 만남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그는 자임하고 나섰다.
재벌개혁과제는 시장과 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방향을 가야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만 때려잡는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했지만 재벌과 기득권의 저항 등에 밀려 불과 6개월 만에 힘이 빠졌던 ‘실패 경험’은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정책을 관할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기업들과 직접 만나 (정부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재벌 개혁을 몰아치듯이 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기업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정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기업 총수와 밀실에소 독대로 만나 정경유착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해서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6.10 30주년 행사에서 강조한 ‘사회적 대타협 관점’에서 재벌도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기업과 만나는 자리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의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않고 모든 과정이 적법한 절차로 이뤄질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