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인류 희망은 '이타적인 모더니티'"
by김용운 기자
2016.02.17 06:16:30
''유럽 최고 석학''이 꼽은 유토피아
시대별 인류의 미래상으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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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자크 아탈리ㅣ256쪽ㅣ책담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구한말 조선의 지식인은 좌절했다. 청나라와 일본이 서구문명을 받아들이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조선의 변화는 요원했다. ‘개화’를 꿈꾼 일부 지식인은 조선의 봉건적인 현실부터 바꾸고 싶어했다. 이는 ‘모더니티’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모더니티(modernity)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술사조로서 ‘모더니즘’을 알아야 한다. 모더니즘은 기존의 도덕·권위·전통 등을 부정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예술적인 경향과 태도를 뜻한다. 모더니티는 그 모더니즘을 통해 나타나는 근대적인 특징이나 성향이다. 넓은 의미로는 봉건성에 반대하고 근대화를 지향한다. 구한말 지식인이 꿈꾼 모더니티가 바로 그것이었을 거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의 초대 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73)는 유럽 최고의 석학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다. 국내에도 ‘미래의 물결’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등의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아탈리가 이번 신작에서 내세운 키워드가 모더니티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켜온 핵심적인 동기를 모더니티로 봤다. 진보에 대한 열망이 처음 드러난 고대문명부터 미래 비전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대까지 역사를 일군 선각자들이 꿈꾼 유토피아를 ‘모더니티의 세계관’으로 꿰어냈다.
아탈리가 보는 모더니티는 이렇듯 한 사회가 상상하고 추구하는 미래상이다. 18세기 시민혁명으로 모더니티가 근대화를 칭하는 말로 고정됐지만 아탈리가 보기에는 시민혁명 이전에도 모더니티가 존재했다.
아탈리는 그간 인류가 실존·신앙·이성 지향적 모더니티를 거쳐 현재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현재의 모더니티가 서구화와 동일시되고 있는 점이다. 서구화란 단일 모더니티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란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결정적인 성취를 남겼지만 부작용도 남겼다. 지구촌 곳곳의 분쟁이 서구화 주입에 따른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탈리의 대안은 ‘이타적 모더니티’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어려운 이들을 돕고 배려하려는 마음으로 인류가 추구하는 미래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책은 그 결과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다방면의 지식으로 엮어내 설득력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