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가 '상하이'에 목맬 수밖에 없는 까닭

by오현주 기자
2016.01.06 06:17:05

저성장 늪에 빠진 글로벌경제
중국경제 살려내는 것만이 답
韓·美·日 규제개혁도 트렌드 될 것
3D&4D프린팅·로봇·드론 등
10년 뒤흔들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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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6 빅이슈 트렌드
트렌즈 지 특별취재팀|340쪽|일상과이상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희망도 작심삼일인가. 지는 해, 뜨는 해 다 동원하며 다지고 키웠던 새해의 ‘꽃희망’은 거래일 첫날인 4일 중국서 날아온 증시쇼크 단 한방에 제대로 휘청했다. 어차피 인생은 ‘경제’인 것을. 한 사나흘 잊었던 게 실수라면 실수다.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

어쨌든 올해의 대표적 ‘장밋빛’은 이런 거였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2만포인트를 훌쩍 넘기고 10여년 뒤인 2025년에 3만 8820까지 상승한다는 것. 그저 막연한 기대감은 아니다. 다우존스지수의 성장배경을 캐는 데 밑밥으로 깐 집요한 과거 헤집기가 있었다. 1962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주가를 살폈더니 매년 꼬박 2.7%씩 오르더란 거다. 지난해 말 세계석학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미국금리를 인상한 후 2016년 상반기부터 증시전망은 밝아질 것”이란 예측까지 붙였더랬다.

그런데 강력한 변수가 있다. 중국 상하이지수 말이다. 지난해 초 3000 수준에서 시작, 6월 중순 5178포인트를 넘어서며 7년래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뚝뚝 떨어지더니 8월 중순 결국 3000선이 무너졌다. 중국정부의 노력으로 3600선을 간신히 유지했던 것도 지난 4일 폭락세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거래중단을 시키고 6.9% 하락을 찍고 나서야 멈췄다. 문제는 여파가 중국 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중국발 쇼크는 한국 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휩쓸고 ‘장밋빛’ 다우존스지수까지 끌어내렸으니.

예측불허의 돌발상황 이전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중국증시를 살리는 데 기댈 만한 구석이 있었으니. 그 하나가 올해 2분기 이후에 시행할 선강퉁(홍콩과 교차거래 허용)이었다. 중국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해 쏟아부을 자금도 2조위안. 골드만삭스가 별 망설임 없이 연말 6000∼7000의 ‘붉은 그래프’를 장담한 게 그저 해본 소리는 아니었던 거다. 등락을 거듭하더라도 10년을 견뎌내면 지금보다 5배 이상은 상승할 거라고 했다.

2만여명의 세계전문가가 꾸린 ‘집단지성을 활용한 지식보고서’ 트렌즈 특별취재팀이 10년 내 벌어질 지구촌의 굵직한 이슈를 내다봤다. 앞으로 10년을 뒤흔들 대주제는 ‘여전한 저성장·불황·불경기’. 크라우드펀딩, 3D·4D 프린팅, 인공지능 로봇과 로봇 슈트, 자율주행 드론, 무선전기, 1인가구, 프로슈머, 키덜트 등 세상을 뒤흔들 트렌드도 줄줄이 꺼내놨다. 하지만 어느 하나 저성장기조와 독립적이라고 자신할 순 없는 모양새다.

▲중국이 문제다

유달리 중국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렇다. 세계가 저성장기조서 벗어나려면, 다 필요없고 중국경제를 살려내는 것만이 답이란 거다. 중국을 앞세운 신흥국의 경제안정을 타고 선진국의 경제회복이 이뤄지면 2025년까지 G20의 연평균 3.8% 성장률이 우습다는 거다.

다만 먼저 읽어야 할 것이 있단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내놓을 ‘규제개혁’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선 규제개혁이 핵심사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산업경쟁력강화법’이나 ‘규제리뷰’ 등을 지지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한국도 비슷하다. 앞으로 10년 한국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 무인항공기, 3D 프린팅 등의 융·복합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개혁을 바쁘게 돌릴 거라고 했다.



▲“청년, 정부 믿지 말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비교적 낙관론을 띤 세계경제의 큰 그림과는 달리 청년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정부를 믿지 말고 스스로 살아남아라’는 지침까지 서슴지 않았다.

가령 미국정부는 학자금 대출이 미국 전체에 위기를 양산한다고 믿게 됐단다.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마구 해댄 탓에 부동산시장 침체는 물론 최악의 연쇄 경제붕괴를 가져온 것과 다르지 않을 거란 위기감인 셈이다. 그러니 어떻게 되겠나. 학자금 대출은 갈수록 까다로워질 것이다. 아니 그전에 대학의 25%가 10년 내 아예 사라질 거란 전망도 냈다. 윌리엄 버넷 전 미국 교육부 장관의 멘트를 적절히 인용했다. “미국 3500개 대학 중 150개 대학만 투자할 가치가 있다.”

학자금 대출이 줄고 대학의 수가 줄어들면 다음 수순은 뻔하다. 대학졸업자의 취업률이 높아질 거란 것. 그러니 ‘청년들이여,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라’는 소리가 충분히 나올 법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결론이다. 학생이 줄면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고, 그 교육을 받은 학생은 취업에 유리해질 수 있을 거란다. 또 기능직을 택한 고교졸업자는 학자금 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없앨 수도 있다는 계산. 결국 이로써 국가경제의 틀을 다시 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로봇과 드론, 저들 편에 둘 건가 내 편에 세울 건가

그럼에도 성장동력은 필요하다. 트렌즈가 꼽은 3종세트라면 ‘3D·4D 프린팅’ ‘로봇’ ‘드론’ 정도. 당장 2020년이면 3D·4D 프린팅을 108억달러(약 12조 8000억원) 규모로 키울 수 있다고 호언했다. 4D 프린팅은 기존 3D에 ‘시간’을 추가한 것. 소재산업, 항공우주, 자동차, 의류, 건설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자율비행 드론은 2020년까지 55억달러 규모의 파이가 생길 걸로 봤다. 시장의 하드웨어는 중국, 플랫폼은 미국이 주도할 것이란 구체적인 내용까지 내놨다. ‘인공지능 로봇과 로봇 슈트’는 인간과 더욱 밀접하다. 일자리를 뺏는 대신 능력을 씌우고, 추구하는 철학까지 뒤바꿀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예정이다.

대단히 큰 얘기다. 마음 먹는다고 축을 옮길 수 있는 매핑도 가능하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게 맞다. 다만 낙관과 비관은 다른 차원이다. 로봇과 드론도 결국 세우고 날리는 이의 ‘읽기 그릇’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꿰뚫어봐야 할 게 책 안의 10년이 아니라 그 밖이라 자꾸 이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