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나라에 온 난민들, 쫓아내기만 할 건가요?”

by조용석 기자
2015.12.17 05:00:00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3년째 난민 법적 지원
난민인정 사전심사 지적…“인도적 체류자도 배려해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난민들은 어쩔 수 없이 평생 일군 삶의 기반을 버리고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나라에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나보니 국가 보호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공권력이 목숨을 위협해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된 것이지요. 충분한 능력이 있는 우리나라가 그들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난민들이 진짜 흙수저 같다”고 말했다. (사진 = 조용석 기자)
16일 김연주(29·사법연수원 42기·사진) 난민인권센터 변호사에게 “우리가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진짜 흙수저는 나라조차 버리고 떠돌아 다녀야 하는 난민들”이라고 말했다.

201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김 변호사는 재단법인 동천에 공익변호사로 채용되면서 난민과 인연을 맺었다. 2년간 동천에서 경험을 쌓은 김 변호사는 지난 2월 난민인권센터(난민센터)에 합류했다. 2009년 설립된 난민센터는 그동안 36개국에 걸쳐 600건이 넘는 난민 신청 및 소송 법률지원을 수행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다.

난민이란 단어가 낯설지만 한국은 2013년 7월부터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난민법을 따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인색하다. 최근 OECD가 발간한 ‘2015 국제이주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대비 이민자 수 비중은 0.13%(2013년 기준)로 조사대상 22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다. OECD평균은 0.62%로 한국의 약 5배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보호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4년부터 지난 8월까지 심사절차가 종료된 7735명 가운데 522명(난민인정률 6.7%)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부족 속에 사선을 넘어온 난민들은 인정신청서 작성부터 애를 먹는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난민인정신청서는 한국어·영어 두 가지 언어만 있다”며 “이들 중에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땐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신청서조차 쓸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난민 중 한국을 ‘인권국가’ 혹은 ‘반기문의 나라’라고 알고 왔는데 왜 이러느냐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현 난민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난민인정심사 회부를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를 꼽았다. 사전심사의 경우 사실상 출입국관리소의 재량으로만 운영되고 불회부 결정이 나도 이에 대한 사유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는 “사전심사제도가 잘못 운영될 경우 난민들이 심사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강제로 송환될 위험성이 크다”며 “이는 난민 협약상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행 심사제도는 절차 및 처우, 불회부시 구제수단 등에 대한 포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자국의 내란·전쟁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건강보험가입자격과 가족결합의 원칙은 보장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난민에 준하는 처우가 필요하다”며 “또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 그 사유서 등은 통번역을 통하여 본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