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폭 넓히고 성능 높이고..하이브리드의 유혹
by김형욱 기자
2015.10.29 05:00:00
현대·기아차 내년 첫 HEV 전용모델.. 도요타도 마케팅 공세
고성능 BMW i8·인피니티 Q50S 인기.. 쉐보레 볼트도 가세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디젤 자동차에 밀렸던 하이브리드 자동차(HEV)가 올 들어 총공세에 나섰다. 지난달 디젤차 대표주자 격이던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로 타격을 입었다. HEV는 유일한 친환경차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내년 초 첫 HEV 전용 모델을 내놓는다.
현대차(005380)는 내년 1월 준중형급 HEV(프로젝트명 AE)를 내놓는다. 연내 같은 플랫폼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EV)도 출시한다. 1개 모델로 HEV·PHEV·EV라는 친환경차 풀 라인업이 나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기아차(000270)도 비슷한 시기에 SUV형 HEV 전용 모델(프로젝트명 DE)을 내놓는다. 국산 모델로는 첫 SUV형 HEV 전용 모델이다.
| 현대자동차가 올 7월 국내 출시한 2016년형 쏘나타. (왼쪽부터) 1.6 터보 가솔린, 1.7 디젤, 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총 7종의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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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하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AE·DE에 탑재되는 카파 1.6 GDI 가솔린 엔진과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 현대·기아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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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27~28일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에서 열리는 ‘2015 현대·기아차 국제 파워트레인 콘퍼런스’에서 이들 모델에 들어가는 카파 1.6 GDI 가솔린 엔진과 전륜구동(앞바퀴굴림) 8단 자동변속기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수소연료전지차 2종을 포함 22종까지 늘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 중 18종이 HEV·PHEV에 집중됐다.
현대·기아차는 앞서 중형 세단 쏘나타와 K5, 준대형 세단 그랜저와 K7에 HEV 모델을 운영해 왔다. 올 들어서도 현대차가 쏘나타 PHEV를 내놨고 기아차도 내달 초 신형 K5 HEV를 내놓는다.
수입 P(HEV)도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1990년대 초 일찌감치 전용 모델을 내놓은 HEV의 원조 도요타자동차는 이달 들어 전국 판매점에서 HEV 인증 스티커를 배포하는 등 마케팅 총공세에 나섰다.
이달 들어선 HEV 전용 프리우스 구매 고객에 48개월 무이자 할부 조건을 내걸고 성능을 높인 중형 세단 뉴 캠리 HEV(3570만~3990만원)를 출시했다. 한국도요타는 올 4월 HEV 전용 SUV 프리우스V도 내놓은 바 있다. 도요타가 현재 국내 판매하는 HEV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 6종을 포함해 총 9종이다.
한국GM은 내년 쉐보레의 PHEV 전용 모델 ‘볼트’를 국내에 수입한다. 전기 충전만으로도 최장 80㎞까지 달릴 수 있는 볼트 2세대 모델이다.
일부 수입 P(HEV)는 연비는 좋지만 성능은 낮다는 인식도 바꾸고 있다. 올 3월 국내에 소개된 스포츠카형 PHEV BMW i8은 합산 최고출력이 362마력에 달한다. 1억999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국내 도입 물량 190대가 모두 판매됐다. 인피니티코리아도 올 6월 최고출력 364마력의 고성능 HEV 세단 Q50S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1초에 주파한다.
| 한국도요타가 이달 배포를 시작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피플’ 배지. 한국도요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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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고연비차인 HEV와 디젤차는 지난 2009년 국내 도입 이후 치열한 격전을 벌였으나 디젤차의 압승으로 끝났다.
수입 디젤차는 2009년 1만300여대에서 지난해 13만여대로 10배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HEV는 1081대에서 7736대로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산차도 디젤차 비중이 3년 새 두 배 성장하며 올 들어 40%를 넘어선 반면 (P)HEV 비중은 3% 미만에 그치고 있다.
HEV에 치중했던 국산차가 중·대형 세단에 디젤 모델을 추가하며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HEV의 약세는 낮은 상품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HEV는 동급 기준으로 디젤차보다 가격이 100만원 가량 비싼데다 주행 습관에 따라 실연비 편차가 크다.
그러나 디젤차는 지난달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로 친환경차, 클린 디젤이란 수식어를 떼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던 휘발유 가격도 올 들어 1500원 밑으로 떨어졌다. 가솔린 중심의 HEV에 유리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의 상품성은 여전히 높은 만큼 쉽사리 P(HEV)에 자리를 내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P)HEV도 그러나 유일한 친환경차로 입지를 굳힌 데다 다양한 신모델이 나오고 있어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