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상권' 되니 옆동네 아파트 값도 뛰네
by김성훈 기자
2015.10.09 06:00:00
성수동+이태원+홍대·합정동 상권 부동산 상승세 이끌어
이태원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 1년새 12.68%상승
합정동 마포한강 푸르지오에 외국인 투자자도 가세
상권 활성화는 주변 집값에도 영향 미쳐
|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형성된 ‘아틀리에 길’ 전경. 평일 낮에도 음식점을 찾는 인파와 데이트에 나선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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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8일 찾은 서울지하철 2호선 뚝섬역 인근 ‘아틀리에 길’. 서울 왕십리동 주상복합단지 ‘갤러리아 포레’ 뒤쪽으로 800m 남짓 거리에 조성된 이 길은 평일 낮에도 음식점을 찾는 인파와 데이트에 나선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갈비 골목’으로 불렸지만, 2012년 분당선 연장구간 개통 이후 유명 식당들과 수공예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아틀리에’란 새 명칭을 얻었다.
이곳은 배우 원빈씨가 대지면적 231㎡(70평) 규모의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을 사들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이 건물의 매입가는 3.3㎡당 300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3.3㎡당 3800만~4000만원으로 일년 새 땅값이 33%나 올랐다. 함다원 미소부동산연구센터 과장은 “아틀리에 길과 맞닿은 단독·다세대주택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3.3㎡당 4000만원대 후반에 이를 정도”라며 “성수동 상권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매물이 거의 없어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말했다.
아뜰리에 길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도 몸값이 덩달아 치솟고 있다. 성수동 ‘한양현대아파트’ 전용면적 59.89㎡형은 이달 현재 4억 2000만원으로 연초 대비 6500만원(15.5%) 올랐다. 인근 ‘대림로즈빌’ 전용 59.88㎡형도 같은 기간 4000만원 뛴 4억 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서울시내 ‘대세 상권’(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상권)에 들어선 아파트가 주택시장에서 ‘우량주’로 떠오르고 있다. 유행을 이끄는 상권이 단지 인근에 자리하면서 각종 편의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풍부해진 덕이다. 대표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동과 이태원, 홍대·합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태원과 경리단길 등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용산구 이태원동은 일년 새 아파트값이 말 그대로 고공행진했다. KB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3.3㎡(1평)당 약 1874만원이던 이태원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3분기 2112만원으로 한 해 전보다 238만원(12.7%) 올랐다. 이는 용산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6.05%)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태원동 청화아파트 전용 142.71㎡형은 지난달 9억 9900만원에 팔리면서 6개월 새 1억 2000만원 올랐다. 단지 내 최대 주택형인 전용 174.38㎡도 연초 대비 1억 6000만원 오르면서 최고 12억 2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민규 114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태원 상권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며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지만, 단기간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매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 △젊은이들의 ‘상권 1번지’로 발돋움한 서울 홍대·합정동 일대 아파트값 오름세가 가파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에 들어선 ‘마포한강 푸르지오’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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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상권 1번지로 발돋움한 홍대·합정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값 오름세도 가파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입주 6개월 차를 맞은 ‘마포 한강 푸르지오’ 전용 83.45㎡형 매물은 지난달 7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약 6억 7000만원)보다 1억 1000만원 비싸게 팔린 것이다. 인근 자이공인 정호영 대표는 “아파트를 사겠다는 대기자가 수십명에 달하지만 매물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안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웃돈(프리미엄)이 최고 1억 5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선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도 부쩍 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서울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448실) 계약자 현황을 보면 중국인과 미국인 교포를 포함한 외국인 10여 명이 20실 가량을 계약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홍대 상권에 들어서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점이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 자문부 팀장은 “경쟁력을 갖춘 상권은 상가 점포뿐 아니라 주변 땅과 아파트 단지의 가치도 끌어 올린다”며 “성수동 일대나 홍대·합정역 부근은 대세 상권의 최대 수혜 지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