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수영 기자
2015.07.28 05:30:00
''월세 내느니 집 산다''는 젊은이들
투자 수익 유혹에 부동산 몰려
이자 감당 못해 ''대출 노예''될라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 분양받는 건 괜찮지만, 솔직히 20대는 조금 걱정돼요. 2년 후가 불안하다 불안하다 하는데, 이 사람들 진짜 잔금도 못 내면 어떻게 하죠?”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 사장. 얼마 전 점심식사 자리에서 만난 그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살아나 일감이 늘었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의 걱정은 약 5년 전 치른 홍역으로 인해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다. 2010~2011년 우리 사회는 입주 아파트가 한꺼번에 몰려 대출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속출했고,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홍역을 치러야 했다. 분양아파트 계약 해지 사례가 속출해 주택사업 전문 건설업체들이 연쇄 부도를 맞기도 했다.
김 사장의 걱정이 더 큰 이유는 요즘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대의 주택 구매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다. 4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20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 73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9381억원에 비해 무려 45.6%(1조 7940억원)나 늘었다.
사회 초년생인 20대들이 주택 매매시장에 진입한 주된 이유는 주거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대의 보증부월세 부담은 23.4%, 순수 월세 부담은 26.6%로 대부분 10%대를 기록한 다른 연령대보다 부담 비율이 높았다.
부모의 도움으로 전셋집을 얻어 살던 이들이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 속에 주거비 부담이 늘자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경우라면 다행이다. 은퇴 시기를 맞은 부모가 자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정 부분 자금 지원을 해 준 경우라, 집값이 떨어져도 상대적 부담은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엔 부동산으로 돈을 번 선배 세대의 전철을 밟아 투자용으로 산 경우도 많다. 최근 수도권에 나오는 오피스텔들은 분양 계약자 중 20대 비율이 보통 10%에 달하고 있다. 젊은층의 투자시장 진출이 예전에 비해 활발해졌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최대치의 대출을 받아 투자용으로 부동산을 샀다가 이후 가격이 떨어질 경우다.
최근 분양 공급 과잉으로 2~3년 후 5년 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자금 상환 여력이 취약한 20대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할 수 있다. 분양사업을 하는 김 사장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20대는 왜 부동산 투자시장에 뛰어들었나? 여기서 젊은층에게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의 주택 정책이 제구실을 하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일단 행복주택 사업을 보자. 이달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지역 내 사업장은 그나마 입지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오는 물량은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사업 승인을 받은 행복주택 지역만 봐도 대부분 수도권 외곽인 택지개발지구에 위치해 빈집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곳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대들의 주택 구매 지원 정책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20대들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대출이나 기금에서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은 가장이거나, 단독 세대라면 만 30세가 넘어야 한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 이 가운데 20대들은 부동산 단기 투자로 수익을 남겨 직접 타고 올라갈 사다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