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꺾은 다윗, 민후…"개인정보 제공 선택권 보여준 판결"

by송승현 기자
2025.03.13 05:10:00

민후, 개보위 대리…메타 과징금 소송 승소
동의없는 타사 행태 수집으로 과징금 308억
적극 PT전략, 승소 이끌어…"경험이 무기"
"개인정보 규제, 소통 채널 제도적 구축해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개인정보 선택권에 대한 중요성을 우리나라에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준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12일 법무법인 민후의 최주선(38·사법연수원 42기) 변호사는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IT 기업 메타(페이스북)와의 소송 1심 승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308억원 과장금은 부당하다”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소송에서 법무법인 민후는 개보위를 대리했다. 인터뷰에는 양진영(41·42기)·원준성(40·47기)·현수진(32·변호사시험 8회) 변호사가 동석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최주선·현수진·원준성 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개보위와 메타와의 소송은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으로 이슈가 됐다. 개보위는 2022년 9월 구글과 메타의 맞춤형 광고 시스템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타사 행태 정보를 수집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각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타사 행태 정보란 다른 사업자의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 방문, 사용, 구매, 검색 이력 등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 정보를 의미한다. 구글과 메타가 타사 행태 정보를 동의도 없이 무단으로 사용해 맞춤형 광고를 했단 판단이다.

이번 소송에 대해 최 변호사는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한국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관행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처분하는 첫 사건”이라며 “과징금이 큰 것도 그만큼 메타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크다는 뜻이며 개인정보 관련 문제에서 향후에도 큰 과징금이 부과될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소송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메타의 타사 정보 행태 불법 수집이 무엇이 문제인지 재판부를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민후는 과감하게 변론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선보였다. 변론 일곱 번 중 세 번이나 PT에 나섰다. 통상 민사·행정 소송에서 변론 기일에 한 차례 이상 PT를 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네이트·싸이월드 해킹 사고 등에서 성과를 거둔 민후는 개인정보 소송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는다. 특히 네이트 사건의 경우 ‘개인정보의 기술적 관리적 보호조치 기준’ 고시를 바꾼 소송으로도 유명하다. 기존 판례에서는 고시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면 유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웠지만 해당 소송을 통해 고시에 열거되지 않은 ‘최소한의 기준’에 해당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례가 변경됐다.



원 변호사는 “이외에도 민후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해킹 사고에서 이용자들을 대리한 사건 ‘코인레일 해킹사건’에서 최초로 해킹사고에서 거래소의 책임을 법원으로 인정받게 된 사례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최주선·원준성·양진영·현수진 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양진영 대표변호사는 개인정보가 ‘자산’이 된 상황에서 이를 지키는 방법은 적극적인 권리 개진뿐이라고 조언했다. 양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 수준은 선진적인 편으로 이를 바탕으로 개보위에서도 위원들이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는 나의 권리라는 점을 상기하고 문제가 생기면 개보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민후는 개인정보 관련 소송 전문 로펌답게 글로벌 개인정보 규제를 늘 접하고 있다. 특히 현 변호사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개보위와 해외 출장도 자주 동석하고 있다. 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규제 수준이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지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 변호사는 “규제 기관은 기술이 발달하면 그에 발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규제기관이 과도하게 기술을 옥죄면 발전이 뒤처질 여지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규제기관이 민간이랑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을 해외 국가들은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간에서 규제기관에 적극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미비해 공식적인 채널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규제 방식을 원칙적으로 전부 허용하고, 예외사항만을 금지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절실하다고도 지적했다.

창립 14년을 맞은 민후는 부티크 로펌에서 더 나아가 외연 확장을 하겠단 계획이다. 법률 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과의 결합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리걸테크(Legal tech) 업체와 협력해 법률서비스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지식재산(상표, 특허, 디자인), IT, 개인정보, 산업기술, 영업비밀, 저작권, 부정경쟁 등 강점이 있는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일환으로 인재 영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