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순엽 기자
2024.10.29 05:00:0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 지난달 15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제목이다. 지난 6월 ‘반도체 초호황기’라며 목표주가를 30만원까지 올린 지 3개월 만에 나온 이 보고서에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출렁였다.
반도체 업황의 고점을 평가하는 보고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짧은 시간 뒤바뀐 전망에 가장 많이 흔들린 건 개인투자자였다. 모건스탠리의 방향 전환에 놀란 개인은 한 달여간 SK하이닉스의 주식을 세차게 팔아치웠고, 그 규모만 1조 3150억원에 이른다. 개인의 평균 매도 가격은 주당 19만 299원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모건스탠리는 다시 자신들의 전망을 번복하며 반성문을 썼다. 24일 ‘우리의 평가는 단기적으로 틀렸다’라는 보고서를 내면서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종가는 19만 8200원. 개인들은 이보다 4% 낮은 가격에 하이닉스 주식을 순매도한 셈이다.
개인이 팔아치운 물량은 대부분 외국인이 받았다. 이들은 1조 3182억원치를 사들였다. 이 시기 외국인의 SK하이닉스 평균 매수 가격은 19만 5427원 수준이다.
외국계 IB의 리포트 한 장에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이는 일이 다반사다. 반도체는 물론 2차전지와 게임,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증시의 주도 업종은 이 같은 일을 모두 겪었다. 또한 때마다 손실은 개미의 몫이 됐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이미 외국계 IB가 주가를 흔들기 위한 목적으로 부정적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외국계IB의 선행매매 등 불건전 행위를 들여다보는데다 보고서 내용마저 우왕좌왕하니 개미들의 이 같은 의구심을 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앞으로 또 ‘우리가 잘못 알았다’며 다시 반도체의 겨울을 예상할 줄 누가 알겠는가. 국내 증시가 더는 ‘외국인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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