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ㆍ정갈등 비용 떠맡게 된 건보... 재정 대책 이상 없나

by논설 위원
2024.09.13 05:00:00

7개월째에 접어든 의·정갈등 후유증이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하면서 시작된 의료공백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달까지 1조원을 넘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대책에 소요되는 비용을 더해 이달 말에는 누적 투입액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휴 이후에도 의·정갈등이 언제 해소될지 기약이 없어 건보 재정 축내기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 재정 축내기는 다양한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가동된 비상진료 체제는 응급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늘렸고, 응급실과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를 병·의원으로 보내는 경우에 대한 보상도 강화했다.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는 3개월분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가 평소의 3.5배 수준으로 적용된다. 같은 기간 중증·응급 수술에 대한 수가는 평소의 3배가 지급된다. 부족한 의료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군의관·공보의·진료지원 간호사 등의 배치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의·정갈등 수습 비용으로 건보 재정이 악화할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문제없다는 태도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준비금이 27조원이나 쌓여 있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역대 처음으로 2년 연속 7.09%에서 동결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비 급여가 급증하고 있어 건보 재정은 앞으로 급속히 말라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스스로 수립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봐도 건보 재정은 2년 뒤인 2026년에 연간 적자로 돌아선다.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져 2030년대 중반에는 연간 적자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건보 재정 적자는 국민이 메워야 한다. 건보는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는 보험료로 운영되며, 일부 국고에서 지원되는 운영비도 결국은 납세자들로부터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정갈등을 초래하고 수습 비용을 건보에 부담시키면서 건보 재정 대책에는 입을 닫고 있다. 중장기적인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