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8.27 06:00:00
정부와 여당이 25일 고위협의회에서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내놨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신축 지하주차장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배터리 인증제를 앞당겨 시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고위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전기차 포비아 현상은 전국 각지로 급속히 퍼졌다.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두고 주민 간에 옥신각신하는 일도 벌어졌다. 따라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불안이 막연한 공포로 번져 전기차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기차는 말 그대로 신산업의 견인차다.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는 2012년 모델S 세단을 처음 세상에 내놨다. 이후 전기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기간은 올해까지 고작 12년에 불과하다. 신산업인 만큼 비싼 가격, 배터리 화재, 충전 인프라, 주행거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차는 현재 일시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캐즘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궁극적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2016년에 발효된 파리협정을 각국이 준수하려면 자동차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한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1~7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 드라이버’는 현대차 ‘아이오닉5 N’ 모델을 ‘2024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했다. 이미 전기차 산업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3사는 물론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기업들과 끈끈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중국은 전기차 육성에 범국가적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에 화들짝 놀란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우리에겐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찬스다. 캐즘은 말그대로 일시적이며,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는 화재 대책을 치밀하게 세우는 한편 전기차를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에도 차질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