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서리’ 가격경쟁력 ‘올인’…한채양 “이마트 2배 더 뛰어야”
by김정유 기자
2024.02.22 06:00:00
가격파괴 선언으로 유통업계 가격리더십 구축
한채양 대표 “먹거리 가격안정·품질 챙겨야”
산지관리부터 고객반응 분석까지 전방위 강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이마트(139480)가 최근 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부터 매장 조리식품(델리)에 이르기까지 자사 ‘그로서리’(식료품) 가격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꼭 필요한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가격파격 선언’으로 가격 리더십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중 신선과 델리가 고객들이 이마트를 찾는 중요한 이유인만큼 이 분야에 더 집중하고 있다.
유통 산업 특성상 우수한 상품이라도 한 두 달이면 경쟁사가 모방하기 쉽다. 이에 한채양(사진) 이마트 대표는“우리는 ‘한 끗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뛰어야 한다”며 “특히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먹거리의 가격 안정에 힘을 쏟는 동시에 상품 하나하나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마트는 최근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지 관리부터 상품 판매 후 고객 반응 수집까지 유통 과정에서 ‘A to Z’까지 모두 정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과 운영을 위해 최근 ‘이-트렌드’ 시스템을 열었다. 고객들이 이마트 앱과 SSG닷컴에 남기는 상품평과 고객가치센터에 접수되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하루 평균 3만개, 월 평균 80만개에 이르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다.
산지 관리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가장 먼저 정비에 나선 곳은 과일팀이다. 과일은 지난해부터 이상 기후로 작황 사정이 안 좋아 품질 관리와 가격 방어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이마트는 최근 산지 농가와 협력사를 돌며 품질을 점검하는 ‘전문 검품단’을 신설했다.
바이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재 이마트 과일팀에 속한 바이어는 20여명으로 같은 업계의 약 2배에 달한다.
이완희 이마트 딸기 바이어는 “1주일에 보통 1박2일, 두 번 정도 산지 출장을 가는데 하루에 7, 8곳씩 농가나 협력사를 방문한다”며 “자정을 넘겨 작업장을 불쑥 다시 찾기도 한다. 언제 가더라도 균일한 품질의 상품이 만들어지는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샤인머스캣을 담당하는 김효진 바이어도 하루에 농가 10곳 정도를 돈다. 김 바이어는 “같은 농가라도 하우스 내부 어디에서 나무가 자라냐에 따라 맛이 달라서 위치 별로 각각 10송이씩 따고, 같은 송이라도 포도알의 위치에 따라 또 맛이 달라서 위, 중간, 아래 최소 3개씩은 먹어야 한다”며 “이렇게 하루에 샤인머스캣 300알을 먹고 나면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 이마트 과일 바이어 3인이 각자 담당하는 과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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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가 과일값 폭등을 막기 위해 오렌지 할당관세를 인하하자 이마트 바이어는 미리 오렌지를 대량 확보하기 위해 즉시 미국으로 떠났다. 결국 1, 2월에 오렌지 물량을 당초보다 50%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이구남 이마트 바이어는“갑자기 미국으로 가서 넓디넓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면서도 “결국 물량 증대라는 결과를 얻었고 거래업체에게도 ‘이마트가 한국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라는 긍정적 인식도 심어줘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마트 바이어들은 현재도 산지를 수시로 찾아 신규 농가 발굴에 힘을 쏟는 중이다. 현금 매입 계약으로 우수 농가의 물량을 확보해 시세가 올라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과일팀 바이어들은“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있는 건 단점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은 상품 경쟁력에 장점이 된다”며“지금까지 지켜온 ‘집요함’이 한 끗 차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