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톺아보기]베타 지중해 빈혈엔 BMS ‘레블로질’外 대안 없나?

by김진호 기자
2023.04.09 10:00:00

BMS,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 ''레블로질''...세엘진 인수해 확보
지난해 매출 2억달러 수준...개발사 매출 2조 전망도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 초고가...사실상 레블로질이 시장 장악 中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베타 지중해 빈혈 및 골수이형성증후군성 빈혈 치료제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트).(제공=BMS)


‘베타 지중해 빈혈’은 헤모글로빈 생성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자 질환이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안에서 직접 산소와 결합해 산소를 나른다. 정상 헤모글로빈는 두 개의 알파 체인(알파글로빈)과 두 개의 베타체인(베타글로빈)으로 구성된다. 유전자 이상으로 알파체인에 문제가 생기면 ‘알파 지중해 빈혈’, 베타체인이 비정상이면 베타 지중해 빈혈이라 불린다. 베타 지중해 빈혈이 알파 지중해 빈혈보다 더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중해 빈혈 환자는 세계적으로 8000~9000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알파 지중해 빈혈이나 한쪽 부모에게서 이상 베타 체인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상염색체 열성 유전돼 양쪽 부모에게서 비정상 베타체인을 물려받게 되면, 생후 4~6개월 사이 심각한 빈혈을 앓게 된다, 성장하면서 피부가 노랗게 변할 수 있으며(신행아 황달), 성적인 발달도 느리다. 과거에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 적혈구 생산에 도움을 주는 엽산제를 먹지만, 심각한 경우 수혈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희귀질환 전문회사 세엘진과 액셀러론 파마(Acceleron phama) 등이 공동 개발한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트)이 2019년 11월과 2020년 6월 각각 미국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차례로 시판허가됐다.



당시 레블로질은 베타 지중해 빈혈의 퍼스트인클래스 약물로 이름을 올렸다. 그 성분인 루스파터셉트는 재조합 융합 단백질로 ‘변형 성장인자 베타’(TGF-β) 리간드와 결합해 적혈구 성숙에 필수적인 ‘스매드’(SMAD)를 비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엘진은 레블로질이 최대 20억 달러(2조 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블로질 출시 당시 75㎎ 바이알당 도매가격이 1만323달러(한화 약 1200만원) 수준이었다.

2019년 말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가 세엘진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면서, 레블로질을 품에 넣게 됐다. BMS와 액셀러론파마 등 양사는 2020년 FDA로부터 저위험~중등증 골수이형성 증후군 환자의 빈혈치료제로 레블로질의 적응증을 확대승인 받기도 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성인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 및 적혈구생성자극제(ESA)에 불응하는 빈혈환자, 골수히형성증후군 환자 등에게 레블로질을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BMS에 따르면 레블로질의 지난해 매출액은 1억9900만 달러(한화 약 2600억 달러)로 전년 1억5100만 달러(한화 약 1990억원)보다 32% 상승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의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성분명 베티베글로진 오토템셀)이 베타 지중해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승인됐다. 2019년 6월 EMA로부터 조건부 승인 받았던 진테글로가 미국에도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레블로질의 가장 강력한 경쟁제제가 주요국에서 모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진테글로는 단일용량으로 1회 투여해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환자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다. 진테글로는 베타체인을 생산하도록 조작된 환자의 골수 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며, 이를 시도하려면 미국에선 약 37억원이다. 또 유럽 내 진테글로 1회 투약가격은 약 24억원이며, 가격합의에 실패해 일부 유럽국가에선 철수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가 지원없이 시도하기 어려운 약물인 진테글로와 달리, 해마다 30% 이상씩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레블로질이 더 보편적인 베타 지중해 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