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도 삼성전자 등 투자로 버텨…제조업 심리, 넉 달 만에 반등
by최정희 기자
2023.03.30 06:00:00
한은, 3월 제조업 심리지수 70으로 7p↑
철강제품 가격 반등에 1차 금속 등 업황 심리 개선
서비스업 심리 1p 오른 74, 두 달 연속 상승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제조업 심리지수가 넉 달 만에 반등했다. 반도체 재고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쌓여 있을 정도로 반도체 업황이 한파를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나라 양대 반도체 업체들은 오히려 감산 대신 투자를 선택하면서 반도체 설비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한은이 전국 2797개 법인을 대상으로 15일부터 22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전산업 업황BSI는 이달 72로 전월비 3포인트 상승했다. 7개월 만에 상승 반전이다.
제조업 업황BSI는 70으로 7포인트나 상승,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상승폭도 2021년 4월 7포인트 상승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7포인트, 6포인트 오른 69, 71로 집계됐다. 수출과 내수기업도 3포인트, 9포인트 오른 64, 74로 조사됐다. 모두 넉 달 만에 상승 반전이다.
특히 반도체 설치 투자 수요 증가로 반도체 제조장비 납품이 증가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황BSI가 9포인트 상승했고 기타 기계장비도 13포인트 올랐다. 철강제품 가격 상승과 조선, 자동차 등 전반산업 수요 증가로 1차 금속 업황BSI도 15포인트나 뛰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모니터링을 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감산 없이 투자가 이뤄지면서 제조장비 납품 쪽에서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BSI는 3포인트 오른 76으로 집계돼 넉 달 만에 상승했다. 수출과 내수판매가 각각 4포인트, 2포인트 올랐다. 수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심리 지수 만큼은 넉 달 만에 오른 것이다. 내수 판매도 2포인트 올랐다. 반면 생산은 1포인트 하락하고 제품재고 수준은 2포인트 올랐다. 채산성은 8포인트나 오른 79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상승 전환이다. 황 팀장은 “열연, 강판 등 철강 중심으로 가격 인상 기대가 있는 데다 석유정제, 코커스 등은 유가 하락에 채산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제조업 업황 전망BSI도 3포인트 오른 69로 조사됐다. 두 달 연속 반등이다. 화학물질·제품 업황 전망BSI는 11포인트, 1차 금속은 1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과 내수기업 위주로 5포인트씩 올랐다.
서비스업 업황BSI는 1포인트 올라 74로 집계됐다. 두 달째 상승세다. 계절적 요인으로 건설공사 진행률 증가 및 토목증가 등의 신규수주 증가가 건설업 및 부동산업 심리를 각각 8포인트, 6포인트 올렸다. 봄철 따듯한 날씨로 골프장 방문객이 증가하는 등 여가 활동이 늘어나면서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14포인트나 늘어났다. 4월 서비스업 업황 전망BSI도 1포인트 오른 75로 집계됐다. 두 달 째 오른 것이다.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최대 경영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제조업은 내수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을 힘들어했고, 서비스업은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을 경영이 힘든 이유로 꼽았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를 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비 0.1포인트 하락한 91.5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하락한 것이다. 순환변동치는 89.8로 1.0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11월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