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악재'에 3분기 성장률 0%대 턱걸이…역성장 우려도

by이윤화 기자
2022.10.25 07:11:31

[3분기 GDP폴]②올3분기 전기대비 0.1% 성장 전망
2020년 2분기 이후 최악…일부에선 마이너스 가능성도 있어
3분기부터 꺾인 성장세 내년까지 이어져…내년 성장률 1.8%로 뚝
수출·투자·소비 뭐 하나 좋을 게 없다…"고물가에 경기부양책도 제한적"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겹친 ‘3고(高)’ 악재가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둔화로인한 수출 악화 속에서도 성장을 지탱했던 민간소비마저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꺽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 속에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2.6%를 달성할 것으로 봤지만, 내년에는 성장률이 1.8%까지 뚝 떨어져 잠재성장률(2.0%)을 밑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24일 이데일리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를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0.1%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전기대비 0.1% 성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됐던 2020년 2분기(-3.0%) 이후 최악이다.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올 1, 2분기 각각 0.6%, 0.7%를 기록했다.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비로는 2.7%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분기(3.0%), 2분기(2.9%)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3분기 역성장’을 전망한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는 내수소비가 유독 좋았고, 수출도 나름 선방했지만 9월 들어선 수출 여건이 나빠진 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5%대 높은 물가에 가계들이 소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위축이 3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2분기의 경우 수출 부진 속에서도 성장률이 전기대비 0.7%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늘어난 소비 덕분이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선 5%대 고물가에 고금리 영향까지 커지면서 민간소비 증가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5%에서 3%로 높아질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수지 적자가 최대 3조2000억원으로 커지고 민간소비는 최대 0.0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획재정부의 10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액은 4월부터 두자릿수대 증가하다 9월 들어 6.4%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할인점 매출액도 8월 7.7%에서 9월 0.8%로 증가폭이 줄었다.

2분기 성장 기여도가 -1.0%포인트로 떨어진 순수출은 3분기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9월까지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경상수지마저 지난 8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다. 수출증가율(전년동월비)도 5월 21.4%로 두 자릿 수를 보였으나 △7월 8.7% △8월 6.6% △9월 2.8%로 큰폭 둔화됐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방리스크가 가장 큰 것은 수출”이라며 “미국은 고강도 통화 긴축이, 유로존은 겨울철 에너지 가격 후폭풍이 실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9월 6.5% 감소하는 등 넉 달째 감소세다.

3분기부터 악화된 성장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2.6% 수준을 예상했으나, 내년에는 1.8%(중간값)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는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는 것으로, 코로나19 대유행기였던 2020년(-0.7%)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0.8%) 이후 최악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제시했던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2.0%, 1.9%)보다도 낮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수출 여건 개선이 내년까지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이어지면서 한은 전망보다 민간소비가 더 큰 폭 줄어들 수 있다”며 “내년으로 갈수록 소비 부진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돼 내수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수출 둔화는 설비, 투자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승훈 연구원은 “설비, 투자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수출 제조업 기업들인데 수출 여건이 나쁘면 설비, 투자 집행이 지연되거나 유보될 수 있다”면서 “내년 설비투자가 연간 기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제한적이지만 저소득층을 타깃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약한 고리가 터지는 것을 막는 게 문제”라며 “저소득층이 한계 상황에 몰리는 것을 막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 시스템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분기 성장률은 전망치 기준(출처: 한국은행 등)
*레인지 전망은 하단을 기준으로 중간값 계산
(출처: 각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