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와 고양이는 행복하다 느낄까?[김하국의 펫썰]
by한광범 기자
2022.10.23 10:00:00
반려동물 ''삶의질'' 측정하는 ''HHHHHMM척도''
통증·배고픔·위생·물부족·움직임 등 7개 요소
[김하국 (주)퍼펫 수의사] 과연 강아지 ‘달래’와 고양이 ‘빼꼬’는 행복한 걸까? 달래와 빼꼬를 키우는 H씨는 고민에 빠졌다. 반려동물의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행복이란 말처럼 주관이 들어간 단어는 없을 듯하다. 행복이란 말 자체도 인간이 만들어 냈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행복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H씨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처럼 반려동물도 욕구가 있고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때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매슬로우는 인간이 생리적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단계적으로 이루려고 노력한다는 봤다. 인생의 목적은 결국 자아실현이며 이것이 행복(?)일 것이라는, 참으로 직선적인 행복관이 아닐 수 없다.
얼핏 보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과연 반려동물에게도 해당될까?
반려동물의 행복 척도는 아니지만 삶의 질 척도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단체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반려동물 삶의 질을 평가함으로써 행복의 기본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는가 알아보는 것이다. 그 여러 척도 중 한 가지 ‘HHHHHMM척도’를 소개한다.
-통증과 호흡 능력을 알아본다. 반려동물에게 통증이 있다면 잘 관리되는지, 호흡이 곤란하여 산소호흡기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평가한다.
-반려동물이 식사를 잘하고 있는지, 식사를 잘하지 못해서 손으로 먹여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피딩튜브를 설치하여 주사기로 먹이를 넣어주는 상황인지를 점수로 매긴다.
-탈수 증세가 있는지 알아본다. 충분한 물을 마시지 않는 경우 피하수액이 필요하거나 영양수를 섭취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목욕시키며 빗질을 해주고 있는지, 배변 후 위생도 관리하는지 등을 측정한다.
-반려동물이 가족과 잘 지내고 장난감을 가지고 잘 노는지 평가한다.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불안하거나, 지루해하거나, 두려워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반려동물이 도움 없이 일어날 수 있는가? 사람의 도움 또는 기계의 도움이 필요한지. 반려동물이 산책을 원하는지, 발작을 일으키거나 절뚝거리며 걷지는 앉는지 등의 상태를 체크한다.
행복한 날이 많아야 한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날이 많다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7개 항목에 대해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줘서 35점 이상일 경우 삶을 유지할 정도는 된다고 평가한다. 이 HHHHHMM과 매슬로우 척도를 비교해 보면 반려동물에게는 존중과 자아실현의 욕구는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사실 행복이 별 게 있을까? 등 따습고 배부르고 건강하고 걱정이 없으면 행복 아닌가? 어쩌면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행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는 욕구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복잡한 세상사를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