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비즈니스, 불만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박재성의 아웃사이트]

by김경은 기자
2022.08.28 10:00:00

2018년 자카르타…1988년 서울을 오마주하라

[박재성 STX 에너지사업팀장] “발전 과정입니다. 받아들이는 것, 그것부터가 비즈니스의 시작입니다.”

개도국 글로벌 비즈니스의 첫 단계는 국가·지역에 대한 선입견·편견을 바로 잡으며 시작합니다. 불평 불만없이 이미 주어진 경영환경(Default)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주재원 시기의 경험을 빌어보겠습니다. 당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있었습니다.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 손흥민 선수가 금메달 따며 군면제를 받은 ‘그 때, 그 곳’입니다.

처음 자카르타를 방문한 손님들 상당수는 도시 크기와 현대화 수준에 놀랍니다. ‘후진국, 못 사는 나라’라는 선입견 때문이죠. 심지어 헐벗고 굶주린 이미지도 간혹 가집니다. 비즈니스를 이미 경험한 분들은 부정부패나 계약 파기, 클레임 등을 언급하며 부정적 느낌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자카르타 도착해서 놀랐고, 종합상사 무역(Trading)을 하며 힘들었던 기억들도 있으니 십분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그래서 처음 오시거나 오해가 크신 분들에게 종종 인도네시아 상황·느낌을 설명을 하곤 했습니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의 과거를 떠올릴 만한 통계, 드라마, 영화 등으로 비교하면서.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8년 기준 인도네시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000달러 정도입니다. 서울 올림픽 있던 한국의 1988년 수준입니다. 전세계 축제인 올림픽 보다는 못하지만, 아시안게임도 아무 국가나 쉽게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카르타의 가장 높은 63층 빌딩인 아스트라 타워(Astra Tower)가 지난 2017년 준공되면서 현지의 자랑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의 랜드마크 여의도 63빌딩이 1985년 준공되었으니 경제수준이 얼추 들어맞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당시 서울 모습 정도의 생활상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못살고 헐벗고 굶주리는 이미지는 아니죠.



최민식·하정우 주연 영화 ‘범죄와의 전쟁’. 1980년대에서 1990년 초까지 장면들을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꽌시·부정부패 혹은 로비스트·마피아를 감안한 시대상을 엿볼 수도 있죠.

‘손흥민, 1인당 GDP, 서울 올림픽, 응답하라 1988, 범죄와의 전쟁’ 흐름으로 이야기하면 다행히도 보통은 선입견·편견은 내려놓고 종합적으로 이해·행동하려는 태도를 조금씩 보입니다.

개도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만이 태도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발전과정에 있기에 말 그대로 개발도상국이고 우리에게 사업기회도 있는 거죠. 어렵고 화도 나는 여건을 그냥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민낯의 경영환경을 받아들이면, 자연스레 다음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범죄와의 전쟁’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대사가 나옵니다. 저는 이 대사가 개도국 비즈니스를 이해할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느그 서장 어딨어.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어저께도 같이 밥 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비공식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비공식 영역이 공식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공식적으로 시장의 상품·서비스 강점부터 계약서·법률·정부지침 파악까지 당연히 준비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비공식 영역에서 꽌시·로비 및 조폭·마피아 컨트롤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서장과 밥 먹고 사우나도 할 각오도 필요하죠. ‘범죄와의 전쟁’의 개도국판을 찍어보는 겁니다. 만일 내가 못하겠다면 현지(로컬)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있겠지요.

이 모든 것은 ‘불만이 태도가 되지 않게, 일단 주어진 경영환경을 받아들인다’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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