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부터 초식남까지…日 '개미픽'은?[김보겸의 일본in]
by김보겸 기자
2022.08.22 07:52:17
"미장은 승리한다"…일본 개미도 미국주식 홀릭
美주식 인덱스펀드, 9개월 연속 1000억엔 넘어
S&P500 지수 추종상품, 7월 순유입액 1위
"경기후퇴시 엔화로 사들인 美주식 손실 커" 경고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장(미국 주식시장)은 승리한다”는 한국 서학개미들의 신조가 일본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모습이다. 리먼 쇼크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에도 번번이 살아남는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앞.(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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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일본 모닝스타다이렉트에 따르면 환헤지한 미국주식 인덱스 펀드(ETF) 순유입액은 지난 7월까지 9개월 연속 1000억엔(약 9750억원)을 넘었다. 2021년 말 최고치를 찍고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평균은 월 약 379억엔으로 두 배 넘게 뛴 수준이다.
특히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가장 인기다. 퀵자산운용연구소에 따르면 미쓰비시UFJ가 운용하는 ‘eMAXIS Slim 미국주식S&P500’ ETF에 7월 한 달간 약 450억엔이 유입돼 전체 펀드 중 1위를 기록했다. 현지 한 운용사는 “중장기 개인 투자자의 매입과 단기 이익을 노린 매수가 모두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덱스 투자 인기가 높다. 한 여성 개미는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은 계속 오르기 때문에 가격을 꼼꼼히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초식남’으로 불리는 일본 젊은 남성 투자자들도 인덱스 펀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주목된다”고 전했다.
| 지난 10일 미국 뉴욕 치폴레 앞. 멕시칸 가성비 식당 치폴레는 인플레 상황을 반영해 2분기 호실적을 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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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데도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기술적으로 경기침체 상태에 진입했다고 본다. 그런데다 국제유가도 떨어지면서 경기 둔화 시그널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일본 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랑에는 미국 경제는 항상 위기를 극복해 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2000년 이후 닛케이지수가 2.1배 오르는 동안 S&P500 지수는 3.2배 상승했다.
역대급 엔저와 강달러도 엔화로 미국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유인이 되고 있다. 퀵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지수를 엔화로 환산한 값은 지난 18일 기준 58만 대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연초보다 6%, 2017년 말보다 90% 상승한 수준이다.
엔저에 힘입어 미국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펀드 기준가액 역시 설정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주식은 가지고만 있어도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경원에 달하는 개인 저축액을 투자로 돌리겠다며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 강화를 약속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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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NISA)’를 강조하는 것도 미국 주식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00조엔(약 2경원)에 달하는 개인들의 ‘잠자는 돈’을 투자로 돌리겠다며 NISA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식 투자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현재 연간 120만엔(약 1200만원)에서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치카와 마사히로 미쓰이스미모토DS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높은 경쟁력과 지금까지의 가격변동을 생각하면 미국 주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경기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 미국 주식 투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마에 히로아키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현재는 인플레가 진정되고 경기는 견조하다고 보고 있어 투자에 이상적인 환경이지만 경기 후퇴로 돌아설 경우 엔화로 사들인 미국 주식은 달러로 사들인 것보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그는 “최근 엔화로 미국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크게 하락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경기침체 국면에 대비해 리스크가 치우치지 않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