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증권시장부 기자
2022.01.05 06:30:00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 일몰제 필요
[정도진 중앙대 교수]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최근 기업 요구를 반영해 표준감사시간을 기업 특성에 맞춰 상정하는 개정안을 공고했다. 우리나라는 해외 국가들과 다른 회계감사제도가 있다. 대표적 제도가 표준감사시간과 외부감사인의 주기적 지정이다. 표준감사시간이란 회사 재무제표의 감사에 투입해야 할 회계사의 감사시간을 법률로 정하는 제도이며, 외부감사인의 주기적 지정은 기업이 회계감사를 수행할 회계사를 6년간 자율로 선임한 후 3년 동안은 국가가 지정한 회계사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제도이다.
해외 국가들은 회계감사의 독립성은 법률로 규정하되, 전문성은 기업이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회계감사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고자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이후 시행된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로 인해 회계감사의 독립성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만 세계에서 유례없는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1980년 말 제정된 외부감시법(외감법) 이후에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회계부정 때문이다. 특히, ‘회계절벽’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이 촉발제가 되어 회계감사의 전문성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소위 ‘신(新)외감법’이 도입됐다. 문제는 국가가 전문성까지 관리할 경우 실제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신외감법의 효과로 세계적 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 경쟁력 발표자료를 언급하곤 한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2017년 63개국 중 최하위에서 2021년 37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가 낮았을 때 정부는 IMD의 발표를 적극적으로 부인했었다. IMD 발표에 대한 우리나라의 태도가 바뀐 것을 보면 우리가 진정 회계를 자본시장에서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자원 배분의 기준이라는 믿음으로 그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각자 처지에서 아전인수로 순위를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번민이 든다.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가 회계투명성에 미친 긍정적 효과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처방은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및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상장사 29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감사의 신 3대 규제(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 도입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대해 응답자의 94.2%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감사품질에 유의한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62.2%였고, 오히려 하락했다는 응답도 10.5%였다. 이에 따라 3대 규제에 대해서 93.4%(시급히 55.5%, 중장기적 37.9%)가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6.5%에 불과했다.
이렇듯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는 단기처방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회계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궁극적인 수단은 아니다. 그 답이 기업의 감사위원회 정상화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가능한 답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 신외감법이 도입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정한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 진지한 논의 없는 어눌한 정책은 결국 기업의 비용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의 시작은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 등 규제의 ‘일몰 시기’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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