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민주화운동전형은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by오희나 기자
2020.10.09 09:09:43

연세대, 학종 기회균형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17명 학격 ''논란''
"깜깜이 학종에 ''민주화운동''까지 더해..지원자격 ''문제''"
교육부 감사서 입시부정 이어 또 ''입시논란''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공정’과 ‘정의’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의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기회균형선발 전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자녀 총 17명이 연세대 서울캠퍼스에 입학했는데 최저 학력기준이 없고 명확한 당락 기준이 없어 소위 ‘깜깜이’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최상위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학계열에도 다수 입학하면서 더 그렇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회원들이 8일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민주화운동전형 합격자 기준과 부모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곽상도(국민의 힘)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연세대 민주화 운동 관련 기회균형선발 전형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최근 4년새 연세대의 기회균형 전형(사회공헌·배려) 대상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과 그 자녀를 포함, 총 17명이 합격했다. 특히 2020년 입학생중 1명은 치의예과에 합격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의대 38개교 수시와 정시에서 수능을 반영해 선발하는 비율은 85.8%로, 수능을 반영하지 않고 의대를 선발하는 경우는 14.2%에 불과하다. 그런데 연세대 기회균형 전형은 최저 학력기준 없이 선발해 논란이 더 뜨겁다.

기회균형 전형(수시모집)은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다자녀 가정 자녀 등이 지원 가능한 사회공헌·배려 전형이다. 연세대는 2012학년도부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과 그 자녀도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도 전형에서는 연세대, 성공회대, 전남대 3개 대학이 시행했다.

곽 의원은 “국가유공자 등과 다르게 민주화 관련자의 경우 어디에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 “이러한 전형이 존재하는 것은 비록 그 수가 많지 않더라도 민주화관련자 전형 자체가 386·586 자녀의 명문대 입시에 특혜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학에서는 여러 계층의 학생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전형이 문제없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이름과 다르게 기회균형 전형이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특정 계층의 세습 통로로 작용한다면 이는 기회불균형 전형이고 불공정 전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승환 연세대 총장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네 개의 카테고리가 있고 그 중 하나가 기회균형전형”이라며 “거기 지원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7~8개이며 그 중 하나가 민주화운동기여자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균형 전형의 합격자 선발과정은 7~8개 카테고리 지원자를 전부 모아 이름도 모르고 어떤 경로로 지원하는지도 모르는 블라인드로 진행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학종에서 요구하는 그러한 절차가 모든 전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거기에 따라 선발돼 매해 선발인원이 들쭉날쭉하다”고 부연했다.

일부에서는 학종 자체가 명확한 당락 기준이 없어 ‘깜깜이 전형’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여기에 ‘민주화 운동’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지원자격을 하나 더 얹은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가뜩이나 부모의 재력이나 능력에 따라 지원자격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학종은 정성평가기 때문에 ‘깜깜이’라는 얘기를 듣는데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그 자녀’라는 명확하지 않은 지원자격이 문제로 보인다”며 “독립유공자나 고엽제피해자 등은 통상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부분이고 증명서류, 추천서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은 어떻게 증명하는지 등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어촌전형 처럼 정원내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아니고 학교에서 정원외로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형상으로는 일부 일반전형에서도 수능 최저가 없는 경우도 있어 특혜는 아닌 듯 보이지만 지원자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기회균등의 경우에는 지원자풀도 적어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는데 거기에 민주화운동까지 넣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라며 “굳이 지원자격이 명확하지 않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독립유공자와 동일하게 접수를 받아 동일하게 사정하는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는 도대체 ‘정유라’가 몇명이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코로나 시국에 누구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또다른 사람은 편하게 대학을 가는 거냐”면서 “저 전형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특혜가 아니냐.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민주화운동 전형을 만들고 그 코스로 그 자녀들이 대학을 가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토로했다.

한 학생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실력을 바탕으로 경쟁하는게 공정이다”라며 “민주화운동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고 여전히 피해자가 남아있는 만큼 예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와 같은 급으로 대우해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입시생은 “도대체 정유라가 몇명이냐. 뭐든 불공정과 내로남불로 기득권 챙기기 바쁜 세상이다”라며 “바늘구멍인 정시를 힘들게 준비하고 있는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연세대 대나무숲에서도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연세대 한 학생은 “민주화라는 대의를 부정해서는 안되지만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건 그때 운동에 참여한 사람중 지금 높은 자리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권력이 부러웠던 것이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며 “어쩌면 젊은 용기와 정의감으로 뛰어든 그들이어도 그 ‘고위공직자’라는 자리와 권력이 그 사람들을 지금의 이런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연세대의 입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교육부의 연세대와 학교법인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에서도 입시부정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연세대 대학원 입학전형 서류심사에서 평가위원 교수 6명은 2016년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의 딸을 경영학과 일반대학원에 합격시키기 위해 주임교수와 짜고 지원자들의 구술시험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연세대 총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되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장의 딸은 당시 대학성적과 영어성적 등 정량평가가 이뤄진 서류 심사에서 지원자 16명 중 9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정성평가 방식의 구술시험에서 100점 만점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또한 연세대 교수 1명은 2017년 2학기 회계 관련 강의를 담당하면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딸에게 수강을 권유하고 딸에게 A+ 학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