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계절…김종인·안철수 '맞손' 잡을까

by권오석 기자
2020.10.03 08:00:00

공정경제 3법 등 두고 신경전 펼치며 갈등 양상
"연대 가능성 원천 배제는 아니야" 지적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과연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범보수 외연확대가 필요한 국민의힘과 당세 확장이 절실한 국민의당이 서로 연대해야 차기 정권 교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두 야당의 대표들이 거대 여당에 맞서 손을 잡기보다는 갈등 양상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더 나아가 2022년 대선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두 사람의 최근 신경전은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두고 벌어졌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이하 상법)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이하 공정거래법)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법안 도입 시 경영권 방어는 물론 경영 활동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 대표에 대해 묻는 기자들 질문에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말을 빌려 재반박에 나섰다. 이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안 대표는 시장 경제의 불공정을 바로 잡고 그 다음에 지배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순서라는 취지로, 원론적으로 말을 한 거다”고 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서로를 향한 직격탄은 이전에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와의 연대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인데 왜 안철수씨 질문을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안 대표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회견 취지에 맞지 않는 질문을 받은 데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셈이다. ‘대표’라는 직함도 붙이지 않았다.

이후 안 대표도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그렇게 100일 넘게 고생했지만 실제로 민심이 움직이는 지표가 보이지 않았다. 야권이 가장 해야 할 일은 혁신 경쟁이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대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 초청 강연에 나서서 “통합이나 연대는 아직 고민할 수준이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선을 그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안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태규 의원은 “정치라는 게 생물이고 이게 언제 어떻게 살아 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