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4대강 사업 없었으면 어쩔 뻔"...홍수도 文정부 탓?

by박지혜 기자
2020.08.10 00:01:0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기록적 폭우로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에서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소환했다.

지난해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지난 9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정 의원은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지난 8일 낮 12시 50분께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제방 붕괴로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이재민 300명 이상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SNS에 여권을 겨냥 “MB 시절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지난 6월에도 4대강 사업은 언급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홍수나 가뭄 피해가 지금 있기나 하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4대강 정화사업의 덕이고 업적인데 단편적 시각으로 폄훼하고 보를 철거한다 우기던 문재인 정권이 이제 와 잠잠해진 것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응했다.

윤 의원은 이날 SNS에서 “우선, 아직 재난은 진행 중이다. 역대급 물난리 속에서 내일부터는 태풍이 온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많은 국민이 재난에 맞서 힘을 모아 극복할 방안을 찾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남 탓부터 하고 있다. 정말 제정신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나? 앞에서 열심히 전투에 임하고 있는데, 뒤에서 발목 잡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되었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일으키고 강을 살린다며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22조 원의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이른바 ‘녹조라떼’ 발생 등 생태환경 훼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두 차례 걸친 감사원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연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4대강 조사 위원장을 지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는 지난 5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았다.

박 교수는 한 청취자가 ‘지금 온라인에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고 하자 “이명박 정부 시절에 4대강 사업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땅을 파는 증설사업. 증설사업은 홍수 예방이 된다, (땅을) 낮추니까. 그런데 보를 설치하면, 보는 물길을 막는 거기 때문에 홍수 위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할 당시에 그 구간은 (환경단체가) 한 98, 99% 정도 정비를 완료했다. 도심지역에서는 200년 빈도가 오더라도 끄떡없고 농촌 지역에서는 100년 빈도 홍수가 오더라도 끄떡없이 이미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를 설치하는 것은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병을 준 거다. 수문을 열면 일부 구간이 수통이 되니까”라며 “그러니까 병은 크게 줬는데 (그 약으로) 수문을 조금 열면서 오히려 홍수가 (발생할 확률이) 조금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일각에서 계속 터져 나오는 주장은 적절하지 못하고 공학적으로는 전혀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보 해체 작업은 현재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4대강 조사위원회에서 작년 2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4대강 금강하구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1년 하고 몇 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잠자고 있다”고 밝혔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4대강의 첫 번째 이유가 홍수 예방이지만 잘 안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안전한 구간을 더 안전하게 했고 위험한 소하천이라든지 지방 중소 규모 하천에 대해서는 방치를 해버렸다. 결국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홍수 예방 사업을 했는데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사업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홍수 피해가 4대강 지역이 아니라 경남 산청, 강원 정선, 경북 영양 등 산간지역이나 지류에서 일어난 데 대해 “국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하천부터 먼저 정비사업을 한다. 국가 하천, 그다음에 준규모 하천 그다음 소규모 하천으로 (정비사업을) 하게 된다. 산간지역엔 사람들이 많이 안 살다 보니까 아무래도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 볼 때는 같은 돈으로 많은 효과를 봐야 하니까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본다면 산간지역이라든지 노후화된 농촌 지역에 홍수라도 제대로 막아줄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그와 같은 정책을 펴려면 ‘그린 뉴딜 사업’에 그와 같은 사업이 포함돼서 농촌에 계시는 분들, 산간지역에 우리 사회에서 그냥 조금 소외 받았다고 생각되는 그런 분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