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코로나19로 장기간 휴장…'무관중 경마' 시행 못하는 이유는?

by이진철 기자
2020.03.07 08:00:21

한국마사회법, 경주 시행·마권 발매 모두 충족해야 성립
‘코로나 19’ 휴장에도 경주 재개 준비 여념 없는 경마장

한국마사회 말거건원 수의가사 경주마 앞다리를 치료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홍콩 등은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 경마팬들의 입장을 전면 통제한 가운데 ‘무관중 경마’를 시행 중이다. 온라인 발매가 활성화되어 팬들이 직접 경마장을 찾지 않아도 경마의 성립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장 발매만 가능한 우리나라는 ‘무관중 경마’는 시행할 수 없다. 서울, 부산경남, 제주의 경마장 세 곳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약 없는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한국마사회법에서 규정하는 경마의 정의는 ‘기수가 기승한 말의 경주에 대하여 승마투표권(마권)을 발매하고, 승마투표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지급하는 행위’다. 경마는 경주의 시행과 마권 발매의 두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성립된다.

하지만 경마 경기를 시행하지 않아도 마방에 살고 있는 말들의 컨디션은 유지돼야 한다. 경주마들은 사양관리나 훈련에 조금만 소홀해도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1981년도부터 기수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40년을 경마장에서 맞이하고 있는 서울경마장의 1조 박종곤 조교사는 ‘코로나 19’ 사태에도 하루 일과는 변함없이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주행심사도 매주 똑같다. 당일 경기만 없을 뿐이다. 다만 워낙 전염력이 큰 질병이라 각 마방은 초긴장 상태다. 박 조교사는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마방의 조교사와 모든 관리사는 우선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말밥은 누가 주냐’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조교사협회에서는 비상시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동 중”이라고 대응상황을 전했다.



1993년생 이현종 기수는 임시 휴장 기간의 근황에 대해 “갑작스러운 시행 중단으로 당혹스럽긴 했지만 오히려 쉬어 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마는 0.1초차로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한다.

기초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기승기에 올라가 연습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휴장 기간 동안 기승술을 더욱 보강해 기다려준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경마 시행기관인 한국마사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관람대와 마사지역에 방역활동을 지속 시행하는 한편, 전 사업장의 방역태세를 점검 중이다.

이번 휴장에 따른 입점 업체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고, 경마계획 변경안을 놓고 경마유관단체와의 협의가 한창이다.

이밖에도 경주마들의 안전한 훈련을 위해 매일 경주로 상태를 관리하고, 출발심사, 주행심사 등을 평소와 같이 시행해 경주마들의 출전 준비태세를 확인 중이다. 전산·방송시스템과 경마시행시설의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등 각 부서별로 경마 재개에 대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무엇보다 전염병 차단과 예방을 위해 휴장 기간 중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비대위 체제를 가동하여 변화하는 모든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조교사들이 경주마를 훈련시키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