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의 경제학]②‘1200만’ 계정 돌파… 1가구·1렌털시대 ‘눈앞’
by김정유 기자
2019.03.26 06:00:00
원하는 기간 사용하고 언제든 반납
한 번에 큰돈 안써 가계부담도 덜어
주기적 부품교체 등 사후관리로 신뢰
실속 원하는 1~2인가구 급증도 한몫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난해 국내 생활가전 렌털(임대)시장 규모는 1200만 계정을 돌파했다. 국내 렌털시장은 1998년 처음으로 가정용 렌털이 도입된 지 20년 만인 2017년 1000만 계정을 돌파했고 이어 지난해엔 200만개 이상 순증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부동의 1위로 국내 렌털시장을 이끌고 있고 후발주자인 SK매직, 쿠쿠, 청호나이스, 교원그룹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형국이다. 최근엔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도 한국식 렌털이 성과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렌털시장 누적 계정 수는 1265만개(추산치·각사 취합)로 전년(1070만개)대비 18.2% 성장했다. 우리나라 2개 가구(전체 2016만 가구· 2017년 통계청 기준)당 1개 이상의 렌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880만개, 2016년 938만개 등 급속도로 진행 중인 렌털 계정 확대 속도로 비춰보면 조만간 1개 가구당 1개 이상의 렌털 제품을 사용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에 국내 렌털업체들 역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력 산업군이 모두 추락하는 경기위축 상황에서도 국내 렌털업체들은 오히려 성장세를 유지하며 탄탄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실제 렌털 누적 계정 590만개(지난해 말 기준)로 국내 1위인 웅진코웨이의 경우 지난해 매출 2조7073억원, 영업이익 5198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7.6%, 10.0% 증가했다. 업계 2위(계정 154만개)로 분류되는 SK매직 역시 지난해 매출 6591억원, 영업이익 501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청호나이스, 쿠쿠홈시스, 교원 등도 지난해 렌털사업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국내 생활용품 렌털시장 상위 6개 업체의 매출 총합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를 감안할 경우 렌털 계정 수가 1000만 이상을 넘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며 “사업 확장성이 뛰어난 렌털 시스템이 생활 곳곳에 많이 접목하면서 최근 일시불 판매시장보다 더욱 파급력 있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웅진코웨이의 서비스 전문가 ‘코디’(코웨이 레이디)가 고객 정수기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웅진코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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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털은 필요한 제품을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하고 언제든 반납함으로써 수명 주기가 짧은 제품의 중복 구매를 억제해주는 효율성이 큰 장점이다. 국내에선 1998년 웅진코웨이가 처음 도입했다. 특히 최근 공유경제 개념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렌털 산업도 공유경제의 일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35조7000억원 규모로, 내년엔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1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중 개인 및 가정용품 렌털 시장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서도 생활용품 렌털은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또한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렌털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적 요소들이 악화되면서 물·공기를 관리해주는 렌털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주기적인 부품 교체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한 번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크게 작용한다. 현재 렌털 판매의 기본 계약 기간은 5년으로 계약 첫 달에 등록비, 매달 렌털료 등이 업체들의 매출을 구성한다. 5년 이후 제품 소유권은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수요 측면에서 일단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는 뉴노멀·저성장 경제인 점이 렌털시장 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며 “개인간 공정하게 ‘N분의 1’ 지불이 가능한 시점에 렌털시장은 향후 우리의 의식주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렌털 조직 구성 등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지만 일단 계정을 확보하면 제품을 연계해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적어도 3~4년 후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웅진그룹이 최근 1조6831억원을 들여 코웨이를 재인수한 것도 이 같은 렌털의 매력을 잘 알고 있어서다. 렌털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렌털시장 진출을 물밑에서 준비 중인 ‘잠재적 렌털업체’들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렌털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한국식 렌털 시스템을 해외에 전파시키려는 업체들의 행보도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처음으로 누적 100만 계정을 달성해 눈길을 모았다. 코웨이의 선전에 청호나이스, 쿠쿠홈시스, SK매직 등도 잇달아 동남아 시장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판매법인을 강화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렌털 산업의 호황에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도 내비친다. 너도나도 렌털산업에 뛰어들면서 무분별한 제품 확장과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들에게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당 경쟁이 펼쳐지면 당연히 업체간 마케팅 비용 등이 함께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