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투자 아냐”…포스코, 호주 광산 투자 빛본다

by김미경 기자
2018.11.27 06:00:00

포스코 1조5000억 투자 ‘로이힐 광산’ 가보니
쇳물 원료 중장기적 확보 차원
2010년 호주 최대 광산개발 참가
채굴에 ‘무인 드릴 시스템’ 도입
인건비 절감, 생산능력 14% 향상
철광석 年 1500만t 안정적 확보
원료 수직계열화 최정우號 ‘탄력’

[로이힐(호주)=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에서 포스코의 로이힐 광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광산을 둘러보면 이 같은 생각이 180도 달라질 거다.”

지난 14일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광산을 둘러보기 전 만난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감이 넘쳤다. 배리 CEO는 “로이힐은 호주에서 가장 큰 단독 광산이자 생산 증가량이 가장 빠른 광산”이라며 “이틀 후에도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참여한 금융사들이 광산을 둘러볼 예정이다. 수출입 신용기관 등 해외 각지 24개 기업, 4개 은행 등이 자금조달에 참여했다. 한국에서의 우려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로이힐 광산은 포스코가 안정적인 철광석 확보를 위해 2010년 약 14.9억 호주달러(당시 한화 1조5000억원)를 투입해 지분(12.5%)을 투자한 곳이다. 2015년 12월 10만t 규모의 첫 선적 이래 2017년 영엽이익률 30%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호주 원료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경쟁사보다 한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로이힐의 원가 절감 절략을 통해 철강업 시너지를 높이고, 그룹의 경쟁력을 확실히 키울 수 있는 뼈대를 확보했다는 복안이다.

다만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포스코가 투자를 결정한 뒤 2012년 철광석 국제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100달러 미만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2015년엔 t당 55달러 수준까지 내려가자 정·재계에선 ‘실패한 투자’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포스코의 생각은 달랐다. 포스코에 따르면 단기적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철광석 가격도 t당 70달러대를 회복하면서 포스코의 ‘앓던 이’에서 ‘성공 투자 사례’가 됐다.

로이힐광산은 2016년 2400만t, 2017년 4300만t 등 매년 생산량을 늘려온 결과, 지난 4월부턴 최종 목표치인 연간 5500만톤 생산 체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는 올해 로이힐 광산에서 연간 철광석 사용량의 24%인 1400만t을, 내년부턴 1500만t을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포스코 연간 총 사용량의 27%에 해당하는 수치다. 포스코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장은 “포스코는 2016년 로이힐로부터 할인 구매를 적용받고 있다”면서 “남들이 외면할 때 선제적인 투자 결과로, 포스코의 해외원료 개발사업 중 성공 사례로 꼽힌다. 투자 실패라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로이힐 홀딩스가 광산을 국내외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제 방문한 로이힐 광산은 국내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해보였다. 철광석을 채굴하는 과정부터 344km에 이르는 전용철도를 통해 포트 헤들랜드 선적까지 자동화 시스템이 안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었다.

현장 상황실에 들어가자 채굴에 핵심인 ‘무인(無人) 드릴’ 작업이 한눈에 들어왔다. 철광석이 있는 곳을 무인드릴을 통해 탐사하고 90~100m의 땅을 파서 철광석을 확보하는 과정을 통제하는 곳으로 분석 정보는 퍼스의 로이힐 오퍼레이션센터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식이다. 무인드릴은 2년전 도입돼 올해 9대가 모두 완전 자동화됐다는 설명이다. 작업자는 “이전엔 드릴 작업에만 30명 가까운 직원이 투입됐다면 지금은 현장에서 8㎞쯤 떨어진 제어실에서 9대의 드릴을 하루 2교대 총 4명이 관리한다”며 “보통 한 드릴이 파고들어가는 데 8~12분 정도 걸리는 데 인건비는 줄고, 생산능력은 10~14%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힐 철강이 세계 철광시장에서 표준(철분 함유량 62%)에 가까운 고품위인 것도 강점이다. 한 소장은 “로이힐 철강은 인(P) 성분이 0.04~0.05% 정도로 낮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 철광석도 품질이 좋지만, 한국까지 운송하는데 1달 반 정도 걸린다”며 “하지만 호주 로이힐에서는 10~12일 정도면 한국 광양 등에 실어올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안정적인 원료수급을 통해 철강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철광석은 쇳물을 만드는 원료로 제조원가의 60~70%에 달해 우수 품질의 철광석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철강사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주효하다.

포스코에 따르면 메이저 공급업체들의 입김이나 알력과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정우 회장이 소재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료 확보부터 기초소재 생산, 최종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소재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

올 상반기까지 포스코는 총 32건의 원료개발 투자를 진행해 투자비 회수율 87%, 원료 자급률 46%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은 총 23건이다. 원료별로는 철광석6건, 석탄 9건, 제강원료 4건, 스테인리스 4건이며, 지역별로는 호주 7건, 브라질 3건, 캐나다 3건, 미국 2건, 인도네시아1건, 아프리카 4건, 뉴칼레도니아 1건, 인도 1건, 한국 1건이다.

포스코 측은 “로이힐 프로젝트는 포스코가 미래 고품질 철광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성공적 투자로 메이저 철광석 공급업체들의 구매 의존도를 벗어나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배리 로이힐 홀딩스 CEO가 채굴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무인 드릴 제어실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