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저출산, 싱글세는 해법 아니다

by김정민 기자
2018.03.22 06:00:00

선진국서 도입해 효과 본 부모보험 도입 검토해야

[이데일리 김정민 사회부장]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Nicolae Ceausescu 1918~1989). 그는 경제난으로 국민들이 출산을 기피하자 극단적인 저출산 대책을 밀어붙였다.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고 결혼을 하고도 자녀가 없는 가구에는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후유증은 컸다. 출산율은 높아졌지만 원치 않는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아이를 유기하거나 방치해 유아사망률이 급등했고 불법 낙태시술을 받다 사망하는 산모들이 줄을 이었다.

인구는 늘었지만 경제는 더 나빠졌다. 실업자들이 급증했고 이들이 주도한 시위에 결국 차우셰스쿠 정권이 무너졌다. 현재도 루마니아 사회의 숙제로 남아 있는 ‘차우셰스쿠의 아이들’이다.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양육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칭 ‘저출산세’다. 반발 여론이 거세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곧장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정부내에서 저출산 대책에 투입할 재원 마련을 위한 세목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14년 저출산 대책회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싱글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내라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저출산 대책에는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세금은 답이 아니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가 이미 보여줬다.



현실적인 해법은 따로 있다. 육아선진국들이 도입해 효과를 본 정책 중 하나가 ‘부모보험’이다. 부모보험은 육아휴직 지원을 위한 재원마련이 주목적이다. 육아휴직이 좀처럼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휴직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다. 그러나 재정적 한계로 일부 지원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캐나다 퀘벡주나 스웨덴 등 육아선진국들은 부모보험을 도입, 육아휴직을 활성화함으로서 저출산 탈출의 토대를 만들었다.

부모보험의 기본 개념은 고용보험과 유사하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 부분을 별도로 분리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부모보험료를 거둬 재원을 확충한 뒤 출산비용 지원, 육아휴직자 소득 보전 등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납입·수혜 대상이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직장인 전체라는 게 강점이자 문제점이다. 비용부담이 분산돼 개개인이 납부해야 할 금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비혼(非婚)자나 이미 자녀가 장성한 직장인 입장에선 ‘자동차 없이 자동차 보험료를 내는 셈’이어서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부모보험을 도입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캐나다 퀘벡주 등이 큰 갈등 없이 부모보험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질 경우 나의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보장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출산은 아이를 낳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키우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문제다. 단번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우리가 앞에 놓인 길을 먼저 걸었던 국가들이 검증한 해법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