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인도 질주하는 '무면허' 전동킥보드…아차 하면 '쾅'

by노희준 기자
2018.01.05 06:30:00

공원, 인도 운행시 불법, 도로에서만 타야
도로 및 속도 제한 등 규정 전혀 없어
5만대 개인형 이동수단 연평균 10% 성장
"주행 가능 도로, 운행속도 제한 등 규정 서둘러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자전거전용도로에 전동 킥보드 이용자와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들이 한 데 뒤엉켜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 3일 오후 10시5분경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남로14길에서 전동킥보드와 오토바이의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거리를 미확보한 오토바이가 앞서 정차 중이던 킥보드를 뒤에서 들이박은 사고였다. 다행히 킥보드를 타던 A씨(23)와 오토바이 운전자 B씨(26)는 다치지 않았고 킥보드와 오토바이도 부서지지 않았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사고가 경찰서에 접수되는 과정에서 A씨의 무면허 운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피해자로 알고 있던 A씨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오히려 최대 30만원 벌금을 내야할 위기에 처했다.

전동킥보드 등 전동장치가 달린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제도 미비로 이용자들의 불편 또한 커지고 있다.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등 기본 규정을 모르거나 무시하다 낭패를 당하기 쉬워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정격출력 0.59KW 미만)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배기량 50CC 미만의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만약 A씨처럼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다 사고가 나면 도로교통법 154조2항에 따라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한다. 구류 처분을 받으면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동안 교도소나 경찰서 유치장에 구치된다. 다만 법원이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에 대해선 오토바이 무면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벌을 하는 만큼 대부분 벌금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의 경우 운전자가 나이가 어리고 초범이면 보통 25만~30만원의 벌금이 나온다”며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보다는 적은 벌금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전동킥보드 이용에 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생각 못한 벌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면허 필요 사실을 잘 모르는 데다 대여업체 역시 ‘면허 없어도 된다. 걱정하지 마라’는 식으로 권유한다. 잘못된 상도덕 탓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단위: 건
이렇게 관련 규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무시되면서 공원이나 인도에서의 불법 전동킥보드 운행 역시 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도로’에서만 탈 수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시민공원에서 불법으로 전동킥보드나 전동휠 등 개인용 이동수단을 타가 적발된 건수가 2016년 한 해 486건에서 지난해에는 691건으로 42% 증가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킥보드를 타다 적발되면 과태료 5만원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전동킥보드 면허 소지 여부 등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사고가 나면 면허가 있는지 따지지만 평소 단속할 때는 면허 소지 여부를 따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형 이동수단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사고도 많아지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30건에 불과했던 개인용 이동수단 관련 사고 건수는 2017년(1~11월말) 177건으로 6년 만에 약 6배 급증했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교통안전팀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5만대 이상이 판매된 개인형 이동수단은 최근 전동킥보드로 정리되는 추세”라며 “앞으로 개인형 이동수단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어떤 도로에서 탈 수 있고 그에 따른 속도 제한은 얼마나 돼야 하는지 등 기본 사항에 대한 당국의 지침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