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산車부품 경쟁력 산실,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가보니

by노재웅 기자
2017.11.13 06:00:00

최신 IMG공법 개발로 향후 7000억원 수주잔고 확보 ''잭팟''
현대·기아차도 인정한 자체 기술개발 능력..멕시코도 동반 진출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내부 전경. 동국실업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지난 9일 방문한 자동차 내장부품 전문 제조사 동국실업의 신아산공장은 여타 현대·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 공장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쉼 없이 움직이는 로봇들이 플라스틱 사출물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 이동과 조립, 도장과정까지 도맡아 사람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이 업계 공장의 상징적인 표어는 이제 동국실업 신아산공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문구가 돼있었다.

약 12억원을 투자해 올해 1월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70% 이상 구축한 동국실업의 자동화라인은 현대·기아차에서도 다른 부품협력사들에 ‘보고 배우라’라는 말이 나오게끔 하는 자랑거리다.

신동주 신아산공장 공장장(이사)은 “뜨거운 열기를 받고 나온 플라스틱 사출물은 변화에 매우 민감해서 자동화라인을 구축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현대모비스도 러시아나 멕시코 공장에 벤치마킹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라인을 구축했다고 해서 기존 인력의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고도의 기술을 신규 개발해 별도의 추가 수주량을 늘림으로써 공정 라인을 추가, 공장 전체 인력의 수는 변함없이 유지 중이다. 오히려 쓸데없는 잔업이나 특근이 줄고, 몸의 부하를 일으킬 만한 작업이 사라져 직원들의 만족도는 더욱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동국실업 신아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제품 점검 중인 모습. 동국실업 제공
로봇들의 작업을 거쳐 완성된 크래쉬패드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손으로 만지다 보니 폭신한 ‘쿠션감’과 한땀한땀 바느질된 ‘스티치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사람이 수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일까. 비밀은 바로 동국실업이 최근 새로 개발한 ‘IMG공법(In-Mold Graining)’ 덕분이었다.

IMG공법은 별도의 추가 수작업 없이 진공성형을 통해 사출물에 표피재(Skin)를 부착, 직접 표면에 오목볼록한 모양과 폭신한 느낌의 ‘소프트 스킨’ 제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IMG 공법으로 인해 모닝이나 프라이드 등 소형차급에서도 내장재의 고급감을 끌어올리는 게 가능해졌고, 현대·기아차에서 쏘나타나 K5까지 공법 적용을 확대해 동국실업의 매출 신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바느질한 ‘스티치’ 역시 신규 공법으로 플라스틱 사출물에 그대로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봉제작업을 따로 했지만, 이제는 플라스틱 모조 스티치를 통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스티치 라인을 만들어낸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자세히 들여다봐도 이것이 봉제실인지 플라스틱인지 구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장재의 고급화를 통한 감성품질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IMG공법을 적용한 크래쉬패드는 앞으로도 더 많은 현대·기아차의 신차종에 적용될 예정이다.



손동일 신아산공장 연구소장(이사)은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고급사양의 고부가가치 신제품 수주 확보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과 지속적인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국실업은 현대·기아차의 핵심 내장부품 동반자다. 대시보드라고 흔히 부르는 크래쉬패드(계기판 등이 붙어 있는 전방 선반부분)의 경우 현대·기아차 전체 물량의 80%를 동국실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밖에 클러스터 페시아, 글로브·멀티박스, 센터콘솔, 실내손잡이 등 실내 거의 전 내장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내장부품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엔진 개발이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해 상향평준화가 돼가는 요즘, 차의 고급감을 한눈에 구별 짓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에 차별화된 최첨단 기술을 집약하기 위한 부품업체들의 노력까지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톱5’ 완성차 제조사로서 세계 각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중에 핵심 내장부품 동반자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산차 부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 바로 동국실업이다. 특히 동국실업의 신아산공장은 글로벌 10개 공장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연구소와 시험실을 갖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신아산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체 연구소를 통해 IMG공법을 비롯해 이종재질을 동시성형할 수 있는 ‘2샷(Shot) 기술’, 열전달 방식 구조를 적용한 ‘냉·온장 컵홀더’, 중량 절감을 위한 ‘초임계유체 발포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완성차 업계의 기술 동향에 발맞춰 내장재의 중량 감소와 친환경 소재의 활용 등에 중점을 두고 신규 특허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이다.

자체 검증 능력도 동국실업 신아산공장만의 특징이다. 현대·기아차에서 A등급을 메긴 동국실업의 시험실은 100% 자체 시험 능력을 갖춰 온도변화에 따른 내구성과 복합 마모, 오염, 충격흡수 등을 반복해서 끊임없이 시험할 수 있다. 조수석 글로브박스의 경우 흔히 10년 동안 3000회 여닫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곳에선 1만5000회에 거친 반복 시험으로 내구성을 증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곧 중국과 독일, 체코, 스페인, 아울러 곧 완공예정인 멕시코 공장 등 글로벌 사업장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져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폭스바겐,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신동주 공장장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품 시험을 할 수 있는 부품업체로는 동국실업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보니 현대·기아차는 물론 해외 법인이 진출해있는 국가의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도 많이 늘었다”며 “현대·기아차에서도 이러한 해외 경쟁력 확대를 독려해주고, 다른 협력사에 우수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실업 신아산공장 크래쉬패드 완성품. 동국실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