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커머스]④아마존 공포?…'퍼플오션' 전략으로 넘는다
by박성의 기자
2017.10.27 06:00:00
시장 격화하자 차별화 전략 고심
11번가 신선식품·티몬 여행부문에 전력투구
위메프 최저가 실현 위해 파트너 협력 강화
이베이는 AI에 투자···롯데·신세계 인수합병 추진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이커머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기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탓에 어느 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쟁업체보다 나은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기존 시장에서 저마다의 변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을 꾀하며 각각의 생존법을 찾고 있다.
11번가가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신선식품이다. 지난해 온라인 농식품 거래 규모만 8조8000억원에 이른다.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은 더 팽창할 전망이다. 이에 11번가는 신선식품팀을 신설하고 구성원 전원을 오프라인 상품기획자(MD) 출신으로 채웠다. 대형유통사에 상품을 공급하는 산지 공급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 11번가는 최근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 ‘NOW프레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사진=11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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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태생의 3사는 전략이 양 갈래로 나뉜다. 쿠팡이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큰 한방’을 노린다면, 위메프와 티몬은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쿠팡의 강점은 배송이다. 쿠팡은 외부의 물건을 위탁 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제 3자 배송’ 대신 3500여 명에 달하는 배송직원 ‘쿠팡맨’을 직접 고용해 배송의 질과 속도를 모두 잡았다. 또 축구장 102개 규모(73만㎡)의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경쟁사가 갖추지 못한 ‘매머드급 인프라’를 갖췄다. 다만 투자만큼 수익이 받쳐주지 못하는 터라, 업계에서는 너무 큰 리스크(위협)를 지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매년 커지는 온라인 거래량을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경쟁사 대비 1원이라도 낮은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매월 진행하는 파격 할인행사와 특가전도 특징이다. 특정일마다 할인행사를 벌이는 ‘데이 마케팅’이 자리 잡으면서 위메프는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50% 가까이 증가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티몬의 핵심 비즈니스는 ‘여행’이다. 티몬은 여행채널이 갖춰야 할 모든 시스템을 지난 상반기 구축해 놨다. 지난해 전 세계 119만개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부킹닷컴과 제휴했으며 올해 4월 최저가 항공권 예약 시스템을 신설했다. 또 다구간 항공 예약이 가능하도록 스타트업 ‘플라이트그래프’를 인수했다. 국내 실시간 펜션 예약은 물론 해외 관광지 현지 티켓을 당일 발권 받을 수 있는 ‘티몬패스’도 선뵀다.
| KT와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8월31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신사업 발굴 및 공동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이사(왼쪽)와 임헌문 KT Mass총괄 사장 등이 참석했다.(사진=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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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계 1위인 이베이코리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올해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빅데이터 엔지니어 등 AI 관련 개발자 100여 명을 뽑았다. AI 기반의 챗봇(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 비용절감과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8월에는 KT와 손잡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온라인 쇼핑을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AI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사전투자”라며 “혁신에 실패하는 기업은 절대 1등이 될 수 없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거나 반복하는 것은 결국 우리(이베이)를 죽이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롯데몰과 SSG닷컴을 각각 운영 중인 롯데와 신세계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 유통 1, 2위 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적자폭이 심화한 이커머스 기업에 ‘괜찮은 액수’를 제시할 경우 온라인몰 간 합병 시나리오도 현실화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핵심 인력과 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오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원하는 롯데와 신세계로서는 앞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쌓은 이커머스 노하우를 돈을 주고라도 사오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