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63빌딩 160개' 바닷모래 파헤쳐..금지법 만들겠다"...김임권 수협중...

by최훈길 기자
2017.03.27 06:00:00

취임 2주년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인터뷰
"대선주자 찾아 바닷모래 채취금지법 호소"
"수협은행장, 관리형 아닌 수익형 와야"
"노량진 수산시장, 법대로 조속히 정상화"
"어민 소득 年 8000만원으로 올리겠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농업과 수산업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농업과 달리 수산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유지에서 생산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이 생산량을 결정하는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죠. 정부가 잘못 관리하면 이 공유지는 사라지고 그 피해는 어민들이 다 감당합니다. 이것이 바닷모래를 파헤쳐 공유지를 훼손하는 정부 결정에 어민들이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3대째 어업을 해온 ‘뼛속까지 어업인’ 김임권(사진·68) 수협중앙회장을 최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5일 취임 2주년을 맞았지만 축하 케이크를 자를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다. 바닷모래 채취 중단, 노량진 수산시장 정상화, 수협은행장 선출, 44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어획량 확대 등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하고 돈 되는 수협’이라는 취임 모토를 내 걸은 ‘부산 사나이’ 김 회장은 호탕했고 거침이 없었다.

김 회장은 우선 바닷모래 채취 논란부터 도마에 올렸다. 앞서 어획량 피해를 우려한 어민 반발로 1월 중순부터 남해 바닷모래 채취는 중단된 상태다. 국토해양부, 부산·경남 건설업계 민원이 많아지자 해수부는 지난달 27일에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1년간 바닷모래 채취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자 지난 15일 어민들은 어선 4만5000척을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시위에 나섰다. 지난 20일 해수부는 올해는 채취하되 내년부터 아파트 등 민수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주요 어종의 산란장인 바닷모래 채취 단지를 수년간 훼손해왔기 때문에 즉각적인 중단이 근본 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63빌딩 160여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바닷모래를 파냈다”며 “그 결과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t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수협에 따르면 2008년부터 서해·남해EEZ 골재채취단지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는 1억495만㎥에 달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바닷모래 채취와 어획량 감소와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어획량 감소에 대해 “29~30℃ 이르는 이상 수온이 많은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김 회장은 “바닷모래 훼손 단지 부근의 멸치 어획량이 40% 줄었고 경상도가 특히 심각했다”며 “멸치를 먹는 다른 어종도 함께 계속 줄어들었고 곪았던 상처가 지난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어민들은 줄곧 국책사업에 필요한 줄로만 알고 희생을 감수해 왔다”며 “지금은 국책사업용도 아니고 4대강 사업 준설토 등 대체할 골재가 있는데도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건 정부가 민간(건설)업자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권(부산·울산·경남)에 공급된 남해 바닷모래(1167만1000㎥) 중 민수용(886만1000㎥)이 76%를 차지했다. 여주에는 남해 바닷모래 채취량의 3배 규모의 준설토가 쌓여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바닷모래 채취 금지법’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바닷모래 채취 금지법’을 만드는 게 최종적인 목표”라며 “대선 주자들을 찾아가 호소도 하고 바닷모래 채취를 영구적으로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투쟁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수부 협의, 국토부의 골재채취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하는 현행 방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돈 되는 수협’ 대책으로는 수협은행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는 게 김 회장의 남은 과제다. 지난해 수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수협중앙회는 창립 54년 만에 수협은행을 독립해 주식회사로 바꾸는 사업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김 회장은 “언제까지 정부에 의존해 보호하고 지원해달라고 할 수 없다”며 “(주식회사로 전환한 건) 수협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차대한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결과 지난해 수협(중앙회·회원조합)과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593억원, 2191억원으로 김 회장 취임 전인 2014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신임 수협은행장도 수익을 낼 만한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금융업 경험을 가진 전문가, 수협에 애정이 있는 인사가 수협은행장으로 와야 한다”며 “관리형 인사가 아닌 사람이 와서 돈을 벌어야 어민들을 지원할 수 있고 수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차기 수협은행장으로는 수협·관료·시중은행 출신 등이 경합 중이다.

김 회장은 노량진 수산시장 문제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2005년부터 타당성 검토를 시작해 2016년 이전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하지만 신축 건물 이전을 놓고 수협과 일부 기존 상인 간 대치가 1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김 회장은 “(대치 상황은) 일부 상인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벌어진 명분 없는 일”이라며 “명도소송 등 법적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 조속히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차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김 회장은 보폭을 더 넓힐 예정이다. 어민 지원대책 등을 정리해 차기정부 수산업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 어민 소득을 현재보다 2배가량 높은 연간 8000만원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며 “어자원 보호, 생산 지원, 유통체계 개선 관련 수산정책 입안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규제를 풀어 양식업에 대기업이 진출하도록 한 양식산업발전법안과 관련해 “기존 양식 어민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향후 계획을 묻자 김 회장은 ‘수협인의 꿈’ 주제로 마무리 답변을 했다. “수협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주식회사 직원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수협인 뒤에는 가난한 어민이 있다. 이 존재의 이유를 퇴사할 때까지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취임할 때 어민을 돕는 수단으로 수협을 발전시키겠다는 소망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이 꿈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949년생으로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졸업한 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어업에 종사 중이다. 1996년 ㈜혜승수산을 설립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으로 일해왔다. 수산물 경쟁력 강화에 힘쓴 공로로 2013년에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 2014년에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15년 3월부터 수협중앙회 제24대 회장, 수협재단 이사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오고 있다. 15만명 수협 조합원, 138만명 수산인을 대표하는 그는 취임사에서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