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폭격 속 살아남은 '황금' 문화재

by김용운 기자
2016.07.11 06:15:00

국립중앙박물관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
1400여점 고대 아프가니스탄 문화재 전시
신라금관 닮은 틸리아 테페 고분 금관 주목

1978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박트리아의 틸리아 테페 고분에서 발굴한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금관. 1세기께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신라의 서봉총 금관과 비슷한 외양으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이란 고원의 동북단,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한반도의 약 3배에 달하는 65만㎦ 면적의 큰 나라다. 5만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내륙국으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이자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충지였던 만큼 역사는 기구했다. 여러 문명과 국가가 명멸을 반복했으며 근대에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1919년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아프가니스탄은 세계대전과 냉전의 시대 중립국으로 발전을 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내전이 일어났고 1979년에는 이슬람 무장세력인 ‘무자헤딘’을 축출한다는 이유로 소련의 침공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와 맞물려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특히 1990년대 탈레반의 출몰로 국토가 초토화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9월 4일까지 개최하는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은 황금과 상아·유리·청동 등으로 만든 유물 1400여점을 통해 아프카니스탄의 찬란했던 고대문명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시다. 고대의 아프가니스탄은 당시 세계의 축소판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했다. 덕분에 1920년대부터 본격적인 문화재 발굴이 이어지면서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할 만한 유물이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 북부 박트리아의 틸리아 테페 고분에서 나온 황금유물들이다.

틸리아 테페 고분은 중앙아시아 고대 국가인 쿠샨제국의 귀족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6기의 고분이다.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가 1978년 고분을 발굴하면서 비로소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발굴한 문화재 중 하나가 금관이다. 신라 서봉총 금관과 비슷한 나뭇잎 모양이라 신라 금관과 틸리아 테페 고분의 금관의 연관성에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틸리아 테페 금관이 서봉총 금관보다 수백년 앞서 제작한 것으로 서봉총 금관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기 어렵지만 황금문화 자체가 흑해의 유목문화에서 기원한 만큼 실크로드를 타고 신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원전 3세기 무렵 은과 금으로 도금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키벨레 여신이 있는 둥근 판’(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아프가니스탄 황금문화’ 전이 다른 전시보다 각별한 이유는 전시 자체에 사연이 있어서다. 내전과 탈레반에 의해 문화재 약탈·파괴가 이어지던 1990년대 후반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극비리에 2만여점의 유물을 대통령궁과 문화부의 금고에 실어날랐고 비밀리에 열쇠를 지켜왔다. 그리고 2004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공화국이 세워지자 비로소 금고를 열었다. 이들 유물은 2006년 프랑스 기메박물관을 시작으로 10년간 세계를 순회전시 중이다. 국내 개최에는 유네스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라며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순회전시 중인 아프간 유물을 통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