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강퇴 당했다···친유연대 돌풍?미풍?
by강신우 기자
2016.03.24 06:00:00
유승민에 이어 류성걸도 탈당
뒤늦게 입연 김무성 “공천해야한다고 말했다”
친유 무소속 연대 미풍에 그칠수도
| 유승민 의원이 23일 대구 동구에 있는 자신의 지역사무실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강신우·원다연 기자] 유승민(3선·대구 동을) 의원이 23일 새누리당을 떠났다. 유 의원은 이날 대구 동구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고 한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당에 몸 담은 지 16년 만이다.
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이한구 위원장)가 첫 공천발표일인 지난 7일부터 보름 동안을 질질 끌다가 결국 떠미는 식으로 낙천 판정을 내린 셈이다. 유 의원의 탈당과 함께 친유승민계인 류성걸(초선·대구 동갑) 의원도 당을 등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뒤늦게 입을 열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 공천문제와 관련해 “오늘 7시에 있을 공관위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無)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비공개회의서 유 의원의 지역구 (대구 동을 공천 문제를) 빨리 정해라. 경선을 붙여라. 시점은 다르지만 공천하라는 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나는 유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이제 와서 ‘유승민의 공천을 주장했다’는 게 얼마나 공허하고 무의미한가. 항상 그런 식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도 못시키고 후퇴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시키고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오히려 말을 계속 안 하고 있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에선 유 의원의 낙천 결정이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대표는 “여러 언론에서 ‘벼랑 끝 전술’ 이야기하는데 새누리당이 입을 타격을 정말 우려한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넷 언론인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지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각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와 연대를 도모하고 있는데,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이 6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에선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하락한 35.1%를 보였다.
이제 관심은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가 형성되면 18대 때의 친박 무소속 연대만큼의 돌풍을 일으킬 것이냐에 있다. 탈당한 류 의원은 “유 의원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무소속 연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해진(재선·경남 밀양창녕) 의원도 YTN라디오에 출연해 “잘못된 공천을 바로 잡고 잘못된 정당문화와 후퇴하고 있는 정당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굉장히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분들이 규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근혜계 공천학살’ 논란이 일었고 여기에 친박계 인사들은 대거 탈당했다. 이후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 무소속 연대’가 형성됐고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과거가 있다.
다만 무소속 돌풍이 18대 때와 비교해 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서 반박(朴)으로 돌아서자니 그만큼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 탈당 데드라인을 마주하고서도 최고위의 결정을 기다린 것은 망설임의 흔적이다. 친유계의 한 의원은 “최고위의 결정을 계속 기다릴 것”이라면서 “최고위가 (낙천 취소라는) 올바른 결정을 하면 저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8대 때의 친박 무소속 연대를 보듯이 그정도까지 강한 연대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무소속 연대로 ‘공천 불공정성이나 박근혜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라는 구호가 특히 대구·경북에선 불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번 무소속 연대는 폭발력이 없을 것”이라며 “유승민으로는 구심점이 약하다”고 평가했다.